[사설] 국립해양박물관, 이름값부터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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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수장고 없어 유물 방치 ‘눈살’
‘해양수도’ 부산답게 시설 보완을

부산 국립해양박물관 수장고 입구 복도에 보관 중인 중대형 유물. 부산일보DB 부산 국립해양박물관 수장고 입구 복도에 보관 중인 중대형 유물. 부산일보DB

국내에서 유일한 종합해양박물관인 부산의 국립해양박물관이 수장고 공간 부족으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적 가치가 큰 제주 전통 배 ‘태우’나 김해패총 단면도 등이 수년 동안 수장고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밖에 방치돼 있다니 참으로 남세스럽다. 수장고에 보관되지 못한 채 나와 있는 유물은 선박, 선박 부품, 패총, 작살 기계 등 중·대형 13점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 유물은 박물관 하역장과 수장고 복도 등에서 비닐에 덮인 채로 초라하게 놓여 있는 상태다. 수장고와 달리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항온·항습 장치가 없으니 훼손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화재나 누수 등 재해라도 발생하면 대체 어떻게 할 작정인지 모르겠다.

사실 국립해양박물관은 2012년 개관 직후부터 수장고 크기가 작아 어려움을 겪어 왔다. 용도별로 9개의 수장고가 있지만 모두 275.40㎡~509.20㎡로 작아서 부피가 큰 유물은 들어갈 공간이 아예 없는 상태다. 수장고 앞 복도도 ‘ㄱ’자 형태라 선박같이 큰 유물은 해체하지 않으면 옮길 방법도 없다고 한다. 중·대형 유물 관리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해양박물관 건물 구조 설계부터가 잘못된 것이다. 그동안 해군에서 퇴역 선박 기증 의사를 밝혔지만 받을 수가 없었고, 중요한 해양 유물을 구매할 기회까지 번번이 놓쳤다고 한다. 해양박물관이라면 상식적으로 중·대형 유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예측과 대비가 미흡했던 점이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게다가 수도권 최초의 해양박물관을 표방한 국립인천해양박물관 개관이 2024년으로 다가왔다. 부산의 해양박물관은 전액 국비 지원되는 인천의 해양박물관과 달리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으로 건립돼 2032년까지 민간 시행자에 매년 62억 원을 줘야 한다. 대형 전시 프로그램 기획과 주기적인 전시물 교체에 처음부터 불리한 입장인 것이다. 수장고가 부족하면 유물 수집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결국 전시 콘텐츠 약화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미 유물 추가 수집도 대형 유물은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한다. 수장고 공간 부족이 국립해양박물관의 위상을 흔들고, 향후 발전 가능성까지 막아서는 안 된다.

중요한 해양 유물을 제대로 보존하기 위해서는 마땅히 대형 수장고가 있어야 한다. 해양박물관은 몇 년 전부터 박물관 주차장 부지에 별도 전시관을 짓고 중·대형 수장고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사업 우선순위에서 밀려 국가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다가 부산 국립해양박물관이 빈껍데기가 될까 걱정이다. 선점한 해양박물관의 주도권마저 뺏긴다면 ‘해양수도 부산’은 공허한 메아리가 될 것이다. 부산시는 위기감을 느끼고 지역 해양문화계·정치권과 힘을 합해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해양수도 부산의 해양박물관은 이름값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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