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승으로 막 내린 WBC… 한국, 실력 차 절감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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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3-2 꺾고 14년 만에 정상
무라카미·오카모토 홈런 이어
오타니, 9회 마무리로 승리 지켜
한국은 또 조기 탈락 위상 추락
대회 중 경기 순서 멋대로 변경
미·일 위주 대진표 여전히 논란

일본 야구대표팀이 2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에서 미국을 3-2로 꺾고 우승한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야구대표팀이 2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에서 미국을 3-2로 꺾고 우승한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이후 6년 만에 열린 ‘야구 월드컵’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일본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2023 WBC는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에게는 추락한 한국 야구의 위상을 절감한 대회로 남았다. WBC는 특정 참가국에게 유리한 일정 편성과 갑작스러운 대진 변경 등 논란을 만들며 ‘세계 최고의 야구 축제’라는 수식어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일본, 14년 만에 정상 차지

일본은 22일(한국시간) 열린 2023 WBC 미국과의 결승전에서 3-2로 이기고 우승을 차지했다. 일본은 2009년 2회 WBC 우승 이후 14년 만에 세계 야구 최정상을 차지했다. 일본은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와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사사키 로키(지바 롯데) 등 국내외 최고의 선수를 참가시켜 야구 종주국인 미국을 결승전에서 꺾었다.

이날 경기는 미국 프로야구(MLB) LA 에인절스 팀 동료인 오타니와 마이크 트라우트의 투타 대결로 큰 관심을 모았다. 일본 대표팀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은 오타니를 마무리 투수로 투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였기 때문에 오타니와 트라우트의 대결 성사 여부에 세계 야구팬들의 눈과 귀가 모였다.

일본은 2회 미국에 솔로 홈런을 허용하며 선취점을 내줬다. 이번 대회에서 총 4개의 홈런을 친 트레이 터너(필라델피아 필리스)는 일본 선발 투수 이마나가 쇼타의 공을 받아쳐 솔로포를 터뜨렸다. 터너는 전 한국 대표팀 이승엽(두산 베어스 감독)이 갖고 있는 WBC 단일 대회 최다 홈런 타이 기록을 달성했다.

일본은 2회와 4회 홈런 2방으로 역전했다.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스왈로스)가 2회말 미국 선발 투수 메릴 캘리(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공을 받아쳐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1점 홈런을 쳤다. 이어 4회말 오카모토 카즈마(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투런포로 3-1로 앞서갔다. 미국은 8회 카일 슈워버(필라델피아 필리스)가 다르빗슈의 공을 받아친 솔로포로 2-3으로 1점 차까지 추격했다.

9회초 2아웃 상황, 이번 WBC에서 기대했던 오타니와 트라우트의 투타 대결이 성사됐다. 오타니는 시속 160km대 포심으로 정면대결을 펼쳤다. 결국 오타니는 트라우트에게 6번째 공으로 삼진을 이끌어내며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한국, 3연속 1라운드 탈락 ‘수모’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2013·2017년에 이어 3개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했다. B조에 속한 한국은 호주(7-8)·일본(4-13)에 패하고, 체코(7-3)·중국(22-2·콜드게임)에 승리하며 2승 2패, 조 3위로 8강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은 한 수 아래로 여겨진 호주와의 첫 경기를 내주며 8강 진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호주전에서 한국은 계투조 투수들이 연이은 볼넷과 안타를 내주며 자멸했다.

일본과의 경기에서는 자존심을 제대로 구겼다. 한국은 선제 홈런으로 앞서갔지만, 마운드가 흔들리면서 일본에 13점을 내주며 무너졌다.

한국은 일본과의 맞대결에서 뚜렷한 실력 차를 절감했다. 그동안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한국 야구의 낮아진 위상은 고스란히 세계 무대에 노출됐다.


■미·일 중심 형평성 문제 여전

2023 WBC는 하위권으로 예상됐던 국가들이 잇따라 강팀을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흥행에 성공했다. 특히 한국과 함께 B조에 속한 체코의 투지 넘치는 경기와 멕시코의 4강 진출, 미국-일본의 결승전은 전 세계 야구팬들에게 야구의 묘미를 선사했다.

하지만 이번 WBC에서도 앞선 대회에서 지적돼 온 국가별 경기 형평성 문제가 또다시 지적됐다. 일본은 1라운드 4경기를 모두 TV 프라임 타임인 오후 7시에 치렀다. 이 덕분에 일본은 선수들은 컨디션 조절에 최적의 일정을 소화했다. 일본에 유리한 경기 일정 탓에 B조에 속한 다른 팀들은 오후 7시 경기를 치른 뒤 다음 날 정오에 다시 경기를 뛰는 불합리한 상황이 반복됐다.

미국의 8강 토너먼트 대진 상대 변경은 WBC 대회의 한계를 명확하게 보여 준 사례다. 미국은 D조 1위로 8강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멕시코에 지면서 조 2위로 8강에 올랐다. 이후 WBC 조직위원회는 미국-베네수엘라의 경기와 멕시코-푸에르토리코의 게임 순서를 구체적인 설명 없이 바꿨다. 이는 최고 인기 팀인 미국과 일본이 준결승에서 만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결국 미국은 준결승이 아닌 결승에서 일본과 대결했다.

2023 WBC 역시 앞서 열린 대회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과 일본 등 특정 국가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모습이 확연했다.

WBC 사무국은 특정 국가의 시청률 등을 고려해 경기 시간을 설정하는 등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방통행으로 결국 스스로 권위를 갉아먹었다.

다음 WBC 대회는 3년 뒤인 2026년 봄에 열린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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