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보단 교육" 부산시교육청, 내달 '화해조정위' 출범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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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처벌 중심 벗어나
화해·회복하는 기회 마련
남은 악감정 해소도 중점
학교폭력 회복지원단 운영
갈등분석·대화해결 모색

부산시교육청 전경 부산시교육청 전경

부산시교육청이 학교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화해조정위원회’를 다음 달 선보인다. 이달부터는 ‘학교폭력 회복지원단’도 운영하는 등 피·가해 학생 간의 관계 회복에 초점을 맞춰 ‘처벌’보다는 ‘교육’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부산시교육청은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산형 학교폭력 화해·회복 모델’을 구축한다고 22일 밝혔다.


시 교육청에 따르면 그동안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 가해자 처벌 중심으로 학교폭력 사안이 진행되다 보니 당사자 간 회복을 경험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해 왔다. 또 당사자간 자체 해결될 수 있는 경미한 문제임에도 화해의 기회가 없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나 소송 등으로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이번 대책은 화해와 회복 등 교육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시 교육청은 우선 다음 달 중 ‘(가칭)부산시교육청 화해조정위원회’를 출범한다. 학폭위 결정 이후에 남은 악감정을 해소하도록 중재하는 기구다. 위원회는 교육·상담 전문가를 비롯해 각계 각층에서 존경받는 인사 등으로 꾸릴 방침이다. 위원회는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 모두가 원할 때 열리는 것을 전제로 한다.

피·가해 학생의 관계 회복을 위한 ‘학교폭력 회복지원단’도 이달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지원단은 학교폭력이 발생한 초기에 학교 현장을 직접 찾아가 피·가해 학생과 학부모를 상담하고, 갈등 원인 분석을 통해 대화로 해결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활동을 펼친다. 또 현장 교사들이 어려워하는 학교 폭력 처리 업무도 지원한다.

시 교육청은 지원단과 화해조정위원회 등을 통해 피해 학생은 정서적으로 회복하고, 가해 학생은 반성할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 활동하는 학교폭력 전담 교사들도 학교폭력 대처에 ‘회복’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이 2020년 초·중·고등학교 학교폭력 전담교사 25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73.2%는 ‘회복조정의 기능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안전하고 평화로운 학교 공동체 형성을 위해 필요하며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답했다. 연구를 실시한 이진숙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성평등사회연구부장은 “학교 폭력이 발생하면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을 분리하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양쪽 모두가 회복을 경험하지는 못하고 있다”면서 “피해 학생이 원하는 것 중 하나는 가해 학생의 진심 어린 사과이기도 하다. 경미한 사안부터 회복될 수 있는 과정을 어릴 때부터 경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 교육청은 이밖에도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5개 학교(초등 3곳, 중등 2곳)에 ‘학교폭력 zero(제로) 만들기 사업’을 실시한다. 학교 구성원들의 화해·회복 역량을 강화하고 갈등 이해, 관계 중심 공동체 만들기, 학급별 신뢰 관계 형성, 또래 조정자 양성 교육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지난해 오륙도초등과 주양초등을 상대로 시범사업을 운영한 결과, 학교폭력에 대한 허용도는 0.48점 감소했고 공동체 의식은 0.184점 상승했다. 공감 능력도 0.178점, 갈등 해결능력도 0.172점 상승해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학교폭력 문제는 법의 잣대로 처벌하는 것보다 피·가해 학생의 관계 회복 등 교육적 역할에 중점을 두고 해결해야 한다”며 “앞으로 학교의 교육적 기능 회복을 최우선에 두고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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