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연어가 사라지면 지구도 희망이 없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연어의 시간/마크 쿨란스키


<연어의 시간> 표지 <연어의 시간> 표지

연어는 신비로운 물고기다.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독보적이다. 같은 종이면서 다른 강에서 태어난 두 연어의 DNA 차이는 두 사람의 DNA 차이보다 훨씬 크다. 하나의 종이라도 그 안에 다양한 변형들이 존재하기도 한다. 원래 태어난 곳이 아닌 장소에 고립되어도 그곳의 환경에 맞게 생애 주기나 외형까지 모든 것을 조정한다. 이처럼 끊임없이 적응하는 능력 덕분에 연어는 살아남았다. 더불어 많은 종으로 진화할 수 있었다. 왕연어, 홍연어, 은연어, 대서양연어, 곱사연어, 백연어, 스틸헤드 등 대략 8~10종의 연어가 있다. 연어들은 주어진 조건과 현실에 맞춰 살아남기 위해 늘 변화한다.

안타깝게도 연어는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인간들로부터 집요한 괴롭힘을 당했다. 남획, 우후죽순으로 들어선 공장, 무차별적으로 살포된 DDT는 연어의 숨통을 조였다. 벌목, 관개, 운하 건설 등도 연어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모든 위험 요소 중에서 최악은 댐이었다. 수십 미터 높이의 콘크리트 구조물은 연어들을 가로막았다. 댐 아래의 물은 그 위에 있는 물보다 훨씬 차가워서 연어가 댐을 통과하더라도 수온 차이로 죽을 수 있다. 더 심각한 경우는 어린 물고기가 하류 쪽으로 계속 내려가려다가 댐의 모터에 빨려 들어가기도 했다.

<연어의 시간>은 연어를 통해 기후 변화, 종 다양성, 생태 문제를 짚어보는 책이다. 저자는 연어를 ‘지구 환경의 중요한 지표’로 삼고 인간의 크고 작은 선택들이 생태계 전체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추적한다. 저자는 태평양과 대서양, 북유럽, 캄차카까지 연어와 인간이 공존하는 거의 모든 곳을 탐사했다. 연어를 둘러싼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통해 ‘연어가 살아남지 못하면 지구도 생존할 희망이 거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책이다. 마크 쿨란스키 지음/안기순 옮김/디플롯/468쪽/2만 2000원.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