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정치적 양극화가 민주주의 위기 불렀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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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마이클 샌델

거대 기업·엘리트 지배층 사회 장악
정부도 이익집단에 휘둘려 약자 배제
“경제 권력, 민주주의 통제 대상 돼야”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 와이즈베리 제공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 와이즈베리 제공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는 ‘민주주의 위기’를 화두로 삼은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책이다. 왜 민주주의 위기인가. 시민 주도성 약화가 민주주의 쇠퇴, 민주주의 위기를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대 기업과 엘리트 지배층이 약자를 배제하면서 사회를 장악했다는 것이다. 경제적 강자는 책임을 회피하고 노동자들은 더욱 추락하고 있는데 다름 아닌 정부가 강력한 이익집단들에 휘둘려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느라 일반 시민의 발언권을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수의 강력한 기업들은 빅테크, 소셜미디어, 인터넷 검색, 온라인 소매유통업, 통신, 은행, 제약, 그 밖의 주요 산업을 장악하고서 경쟁을 죽이고 물가를 올리며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민주적 통제를 부정한다.”

그는 먼저 세계 자본주의 체제가 대기업과 부유층에 유리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 때문에 양극화와 계층간 불신이 양산됐다. 시민이 자기 운명을 스스로 통제하는 힘을 잃어버려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국가에서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2016년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을 민주주의에 대한 최악의 대중적 불만이 표출된 사건으로 해석한다. 수십 년 동안 쌓인 대중의 원한과 분노, 무너진 사회적 결속력, 시민적 좌절감이 ‘혐오와 배제’를 내건 트럼프를 선택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영국의 브렉시트도 트럼프의 국경 장벽처럼 시장 주도적이고 기술 관료적 통치 방식에 대한 대중의 반발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에서 한국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소수의 거대 기업은 주요 산업을 장악해 물가를 올리고 노동자들의 불평등을 조장한다. 개혁의 명분 아래 노동 시간을 늘린다느니, 예산의 투명화라는 명분으로 노조를 압박하는 것이 계층 불평등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그 문제를 똑바로 들여다봐야 하는데 소셜 미디어는 허위 정보와 가짜 뉴스로 넘쳐나면서 대중의 주의력을 흔든다. 좌파와 우파, 서울과 지방, 부유층과 서민, 여성과 남성은 물론 세대간도 전부 분리된 채 제각기 다른 출처의 뉴스를 접하고, 다른 사실을 믿으며 자기와 의견이 다른 이들을 거의 만나지 않는다. ‘너덜너덜해진 사회적 유대감’ ‘경제적·정치적 양극화’, 이것이 오늘날 전 세계적 민주주의 위기의 실상이라는 것이다.

샌델은 경제적 강자가 사회적 책임을 지게 만드는 것, 시민의식을 활성화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제시한다. “경제 권력이 민주주의의 통제 대상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반독점운동의 목표는 ‘소비자적 요소’보다 ‘시민적 요소’를 더 강조하는 것인데, 요컨대 소비자가 부담하는 가격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시민적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시장지배에 휘둘리는 신자유주의적 군중이 아닌 시민의식을 지닌 ‘시민’으로 각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이 된다는 것은 자기가 살아가는 가장 좋은 방식을 고민한다는 것이고, 또한 자기를 온전하게 인간적인 존재로 만들어주는 미덕이 무엇인지 고민한다는 뜻이다.”

샌델은 “지금 필요한 것은 ‘시민의식의 정치경제학’”이라고 강조한다. 마이클 샌델 지음/김선욱 감수, 이경식 옮김/와이즈베리/440쪽/2만 원.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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