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현실에 맞게 대폭 손보나… 법 개정안 연거푸 발의
농축산물 배제·식비 3만→5만 원
국힘 최춘식·김성원 의원 제출
“물가 상승 감안 규제 완화해야”
정치권에서 앞다퉈 개정안을 제출하면서 2016년 9월부터 시행해온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청탁 금지법)’이 현실에 맞게 대폭 손질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통령실도 최근 김영란법 개정 방안 검토에 착수하는 등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시행 6년 반을 맞은 김영란법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국회 논의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춘식 의원(경기 포천시·가평군)은 농축수산물 선물을 김영란법상 ‘적용 배제’하는 내용의 ‘부정청탁 금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23일 밝혔다.
현행 김영란법상 수수를 금지하는 금품 등에서 농축수산물 및 농축수산가공품을 ‘선물이 가능한 가액 범위’와 관계 없이 아예 대상에서 제외한 게 골자다.
같은당 김성원 국회의원(경기 동두천·연천) 역시 공직자 등이 제공받는 식사비 한도를 기존 3만 원에서 5만 원으로 상향하고, 농수산물 선물 가액을 20만 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부정청탁 금지법’ 개정안을 이날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농축수산업계와 자영업자 등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다. 그동안 물가도 많이 오른데다, 내수 진작을 위해서라도 김영란법을 현실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앞서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2월 26일 브리핑에서 "김영란법에서 규정된 음식값 한도를 현재 3만 원에서 5만 원 등으로 올릴 수 있는지 질문이 있었다"며 "이 문제만 보는 게 아니라 내수를 진작할 수 있는 차원에서 (다양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김영란법은 공직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타파하기 위해 2015년 제정된 법으로, 과거 금품 등을 수수받은 공직자, 언론인, 학교법인 직원 등이 현행법 상 처벌이 어려워 제정된 법안이다. 직무와 연관된 관계에서 금품 수수, 식사비, 경조사비, 선물 등에 대해 상한선과 가액 범위를 별도로 정해 관리하고 있다.
현재 김영란법 시행령상 한도는 음식물이 3만 원, 축의금과 조의금이 5만 원, 화환과 조화가 10만 원, 선물이 5만 원 등이다. 농수산물 선물은 10만 원으로 예외를 뒀다. 다만, 현행법상 농수산물 선물은 명절기간에만 20만원 이내로 할 수 있다.
최춘식 의원은 “국내 경기와 내수가 어려워 모든 방안을 검토해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물가 상승 등으로 사문화된 김영란법의 규정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며 “특히 우리가 보호하고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할 농업·축산업·수산업의 발전을 위해 과도한 규제를 대대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원 의원은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자장면 한그릇이 7000~8000원을 넘어섰고, 치킨도 2만 원이 넘는 시대에 살고 있다”면서 “청결한 공직사회 조성을 위한 법 취지는 존중되어야 마땅하지만, 현실에 맞지 않는 기준으로 서민경제까지 위태롭게 만드는 것은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서민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식당·꽃집 등은 법 시행 직후 영향을 받아 급격한 매출 저하로 이어졌다. 농수산물과 한우 등으로 이뤄진 선물세트를 법상 가액범위에 맞춰 다시 내놓는 등 한동안 관련 업종은 혼란에 빠졌고, 매출은 급감했다.
특히 문제가 된 김영란법의 식사비 기준은 ‘2003년 공무원 행동강령’에서 규정한 3만 원을 준용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