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한 한·일 주목한 외신… 동북아 경제·안보 ‘지각변동’ 예상 [코리아 리포트]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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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양국 정상회담 집중 보도
“수출규제 해제, 한국에도 이익”
한·미·일·캐나다 ‘신쿼드’ 제안
지지 하락 윤·긍정 평가 기시다
“다음 단계는 일본 몫” 목소리 커

12년 만에 열린 한·일 정상회담은 최악으로 치달았던 두 나라의 관계가 회복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신호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6일 오후 일본 도쿄 긴자의 오므라이스 노포에서 친교 시간을 함께하며 생맥주로 건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12년 만에 열린 한·일 정상회담은 최악으로 치달았던 두 나라의 관계가 회복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신호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6일 오후 일본 도쿄 긴자의 오므라이스 노포에서 친교 시간을 함께하며 생맥주로 건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6일 일본 도쿄에서 12년 만에 이뤄진 한·일 양자정상회담(부산일보 지난 17일 자 1·3·4면 보도)은 두 나라 언론은 물론 다른 나라 언론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함께 술잔을 든 장면은 역사 분쟁으로 최악의 관계를 지속했던 아시아의 두 경제대국이 관계 정상화의 첫 발을 뗐다는 신호를 줬다. 이에 따라 동아시아의 경제·안보 지형도 대변화를 예고했지만,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한국 내 갈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외신 보도도 쏟아졌다.


■경제·안보지형 재편

홍콩 영자 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한·일관계 개선을 통한 반도체 등 공급망 변화를 분석한 기사를 게재했다. SCMP는 지난 16일 보도에서 두 나라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핵심 소재 분쟁을 해결한 것을 두고 “(한·일의 합의로)중국 중심의 공급망에서 더 멀어질 수 있다”며 “5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때 공급망 재편이 실현될 수 있다”고 경희대 중국학과 추재우 교수의 발언을 인용했다.

한국과 일본, 대만은 미국이 주도하는 ‘칩4’ 동맹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경색된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일 관계가 정상화됨에 따라 한국이 선진 산업 공급망의 혜택을 볼 것이라는 게 SCMP의 전망이다.

한·일관계가 진전된다면 두 나라가 미국을 중심으로 중국과 북한을 경계하는 활동이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지배적이었다. 뜻밖에도 한·일 정상회담 이후 캐나다가 자국과 함께 한·미·일이 참여해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4국 협력체제, 이른바 ‘신쿼드’ 결성을 먼저 제안하고 나섰다. 지난 20일 일본 교도통신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의 이 같은 구상은 1월 기시다 일본 총리가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방문했을 때 트뤼도 총리가 선제적으로 밝힌 것이기도 하다.

기존 쿼드에는 미국·일본·호주·인도가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 나라는 중국의 팽창을 차단하기 위해 협력 중이다. 미국은 캐나다의 신쿼드 구상에 이미 찬성 의사를 밝혔다. 교도통신은 오는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 정상회담에서 G7 회원국인 미국·일본·캐나다 정상과 해당 행사에 초청받은 윤 대통령이 이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엇갈리는 한·일 국민 반응

한·일 정상회담 이후 강제징용 피해자와 야당의 반발로 정치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윤 대통령과 한국의 양보로 자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기시다 총리의 상황은 외신 보도에서 선명한 대조를 이뤘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지난 17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지율이 33% 수준이고 그의 임기도 5년이 채 남지 않았다”면서도 “윤 대통령이 하고 있는 것(한·일관계 개선 시도)은 도박이다. 그가 당분간 국내 압력을 감수할 의향이 있다고 본다”며 한국외대 국제정치학과 메이슨 리치 부교수의 발언을 인용했다.

반면 기시다 총리와 관련, 일본 아사히신문은 “지난 18~19일 실시된 전국 전화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을 지지하는 응답자의 78%, 지지하지 않는 응답자의 56%가 한·일 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며 “일본 유권자의 55%가 한국의 강제징용 해법 제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응답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이 한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좀 더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주문은 계속 이어졌다. 미국 웰슬리대학의 캐서린 문 정치학 명예 교수는 지난 16일 캐나다 공영방송 CBC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지도자들이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보인 일련의 움직임에도 일본인들이 식민지 시대에 저지른 과거의 만행이 무효화되거나 부정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미국의 원폭 때문에 스스로를 2차 세계대전 희생자로 여기지만, 한국인과 다른 아시아인에게 많은 피해를 안겼다. 이 역사는 양국의 화해 노력으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문 교수의 견해다. 그는 “다음 단계는 정말로 일본인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들은 무역 측면에서 한국의 최혜국 지위를 되돌리는 것을 비롯해 더 큰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CBC에 말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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