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금리 0.25%P 인상… 한숨 돌린 한은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미, 은행 위기 속 베이비스텝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은 부인
한·미 금리 차 역대 최대 1.5%P
한은, 4월 금리 동결 가능성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2일 워싱턴D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2일 워싱턴D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22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또 올려 미국의 기준금리는 4.75~5.00%가 됐다. 한국은행은 미 연준이 금융 불안을 우려해 이번에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을 피하면서 당장 숨통이 트였다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경기 둔화 상황을 고려하면 4월에도 한은은 기준금리를 현 수준(3.50%)으로 한 번 더 동결할 가능성이 커졌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준 금리를 현재보다 0.25%포인트(P) 올렸다고 발표했다. 이날 발표는 과연 미국이 중소은행들의 위기론 속에 금리를 어떻게 결정할 것이냐를 놓고 전세계에서 주목할만큼 초미의 관심사였다. 당초 0.50%P 올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리콘밸리은행 폐쇄 등 은행위기가 불거지면서 0.25%P 올리거나 동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됐다. 일각에선 인하할 수도 있다는 추측도 제기됐다.

결국 선택은 ‘베이비스텝’(0.25%P 올리는 것)이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태도는 단호했다. 그는 “탄탄한 자본과 유동성을 보유한 우리의 은행 시스템은 건전하고 강력하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금리 동결도 검토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우리는 물가 안정과 복원에 전념하고 있다. 물가 안정없이는 경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파월 의장은 “연준 이사회 멤버들은 연내 금리인하를 전망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이 발언으로 이날 뉴욕증시에서 투자자들이 매도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이날 공개된 점도표(FOMC 위원들의 기준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도표)에 따르면 연준은 올해 말 금리 예상치(중간값)를 5.1%로 잡아 연내 한 차례 금리를 더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연준이 당초 ‘빅스텝’ 우려와는 다르게 2월에 이어 3월에도 ‘베이비스텝’만 밟아 한은은 미국 긴축속도와 관련된 부담을 다소 덜게 됐다. 최근 수출 감소로 1월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 적자(-45억 2000만 달러)를 기록하는 등 경기 하강 신호가 뚜렷하지만,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개월 만에 4%대(4.8%)로 떨어져 한은의 연속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은 역시 미 연준과 마찬가지로 1년 반 가까이 이어온 긴축의 부작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금융사의 건전성은 위험한 수준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기준금리를 더 올릴 경우 취약한 저축은행이나 카드사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기준금리는 3.50%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4월에 금리를 동결하고 미국이 5월에 금리를 추가로 올리면 한·미 금리 차는 사상 최대 수준인 1.75%P까지 벌어지게 된다.

23일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긴축 속도 조절 영향으로 30원 가까이 급락했다. 이날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29.4원 하락한 1,278.3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올 2월 14일(1,269.4원) 이후 한 달 여 만에 가장 낮았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