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분양원가 공개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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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꼭 20년 전의 일이다. 2003년 2월 서울 건설업체 W사가 부산 연제구 거제동에서 1100가구가 넘는 아파트 분양에 나섰다. 도시철도역이 걸어서 5분 이내인, 도심의 노른자위 땅이었는데, 분양가가 700만 원(이하 3.3㎡ 기준) 대였다. 부산 사람들은 놀랐다. 그때까지 부산에서 아파트 분양가는 높아야 500만 원 대였던 것이다.

실제로, 2002년 1월 서울 건설업체 P사가 해운대 센텀시티에 공급한 3600가구 아파트의 분양가가 500만 원 안팎이었다. 폭리라는 비판이 일자 W사 대표는 말했다. “부산도 금방 분양가 1000만 원 시대를 맞을 것이다.”

그의 예측은 틀리지 않았다. 이듬해 부산에 분양가 1000만 원이 넘는 아파트가 나타나더니 이후 분양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2월 부산의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1911만 원이었다. 평균이 그렇다는 것이고, 목 좋은 곳의 유명 브랜드 아파트는 서울의 평균 분양가(3060만 원)를 웃도는 경우도 많다. 이런 집값, 옳은 것인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공급한 아파트의 분양원가(부지조성비+건축비)를 최근 공개했다. 1291만 3000원! 평당 1300만 원이면 아파트 한 채를 지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것도 무려 서울에서다. 요즘 아파트 값을 생각하면 뭔가 속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파트 사업자들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익을 가져 가는가.

SH공사의 이 같은 행보에다 국회에서 공공주택 분양원가 공개를 명시한 법안이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 주도로 발의되는 등, 근래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압력이 거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민간 건설업체는 반발한다. 영업비밀 침해 소지가 있고, 아파트 값은 분양원가보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 원리에 좌우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의 논리가 옳다 그르다 단정하긴 어렵다. 다만 지금 아파트 값이 서민의 눈에는 어처구니없어 보이는 것만은 분명하다. 재건축이 추진 중인 부산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타운(남천2구역)의 정비사업조합이 최근 제시한 일반 분양가가 4900만 원이다. 어떻게 해서 그런 분양가가 산출된 걸까. 어떤 사람들이 그런 아파트를 사는 걸까.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가구 평균 가처분소득은 월 363만 원이었다.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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