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어르신, 고독사 정책 대상자 아닌 참여자로 함께하길”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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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종호 부산 영도경찰서 경위

‘고독사는 사회적 타살입니다’ 출간
국가유공자 고독사 등 11건 사건 소개
“공동체 생활로 경제·정서적 연대 가능”

“고독사 신고 현장에는 공통점 3개가 있는데 술병, 외로움, 빈곤입니다.”

최근 부산 영도경찰서 민원실에서 만난 지능범죄수사팀 권종호 경위가 설명하는 고독사 현장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고독사 수는 3378명으로, 5년째 증가 추세다. 권 경위는 고독사 현장과 사건 처리, 그리고 관련 자료를 살핀 고독사 실상을 묶어 책을 펴냈다. 제목은 〈고독사는 사회적 타살입니다〉다.


권 경위는 책을 집필한 경위에 대해 “처음에는 책을 쓸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내가 경험한 고독사 현장과 수집한 정보를 정리해 보여주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며 “그 말을 듣고 고독사 현장을 미사여구 없이 솔직하게 보여줘 문제점을 알리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20년 넘게 영도경찰서에서 근무한 그는 2005년 첫 고독사 현장을 접했다. 기억 속 그날의 풍경은 바퀴벌레, 구더기 등이 가득한 집으로 압축된다. 방치된 시신 옆 낙서장에는 ‘이대로 죽고 싶지 않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권 경위는 “그 분은 한국 전쟁에 참여한 국가유공자였지만, 홀로 쓸쓸한 죽음을 맞았다”며 “모두가 죽지만, 사람마다 죽는 형태는 너무 달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날 이후 100여 차례 고독사 현장을 방문하며 고독사 문제에 매달렸다. 고민과 연구 끝에 고독사는 개인이 아닌 사회적, 국가적 문제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권 경위는 “제목에 ‘사회적 타살’을 넣은 이유도 시민을 지킬 의무가 있는 국가가 이를 방치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지자체마다 고독사를 세는 기준도 달라 통계조차 엉망인 상황이다”고 말했다.

현행 법으로 고독사는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이라고 정의한다. 명확한 시간 기준이 없다 보니, 일선 복지 담당자에 따라 같은 사건이라도 고독사 여부가 갈리는 실정이다. 그는 “심지어 고독하다는 상태마저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며 “집값 하락 등 이유로 지자체에 보고되지 않고, 경찰에만 접수되는 고독사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고독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명쾌한 정답은 없다면서도, 그가 평소 생각했던 ‘생활 공동체’라는 방법을 조심스레 제안했다. 생활 공동체는 형편이 비슷한 고독사 위험군 3~4명을 한 곳에 모여 살게 해 경제·정서적으로 서로 도우며 살자는 것이다.

그는 “동네 노인정에라도 가려면 회비가 필요한데, 이마저도 없어 집에 홀로 계신 분들이 많다”며 “부산에 많은 빈집을 이용해 더욱 접근성이 좋은 ‘작은 노인정’ 개념의 생활 공동체가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지자체가 추진하는 인공지능(AI), 기계 등을 활용한 고독사 정책에 대해서는 “AI에 의지해 각자 집에 있기 보다, 이들을 집 밖으로 불러내는 게 필요하다”며 “고독사 예방에 필요한 것은 기술력이 아니라 인력이다”고 밝혔다.

이어 고령화에 접어든 부산에 대해서도 “오히려 그만큼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인력이 많다고 생각하면 좋겠다”며 “노인을 정책 대상자가 아닌 참여자로 만들 수 있다면, 부산만큼 고독사 예방을 잘할 수 있는 곳도 없다”고 덧붙였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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