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녹산산단 화학공장, 화재 불안까지 가중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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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 물질 제조 공장서 대형 화재 발생
주변 업체 위험 호소, 타지 이전도 고려

지난 22일 오전 강서구 송정동 녹산국가산업단지 A 화학공장 에폭시 생산동에서 난 화재로 인근 또다른 업체 마당에 A 공장 측 탱크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가 떨어져있다. 독자 제공 지난 22일 오전 강서구 송정동 녹산국가산업단지 A 화학공장 에폭시 생산동에서 난 화재로 인근 또다른 업체 마당에 A 공장 측 탱크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가 떨어져있다. 독자 제공

부산 강서구 녹산국가산업단지의 한 화학물질 제조 공장에서 지난 22일 발생한 화재는 업체가 밀집된 산업단지의 특성상 더 큰 피해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사고였다. 다행히 당시 폭발음과 함께 공장에 있던 작업자들이 급히 대피해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건물과 내부 설비가 불에 타 소방 당국 추산으로 약 4억 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불이 난 공장이야 그렇다고 쳐도, 특히 불안에 떨어야 했던 곳은 따로 있다. 바로 이 공장과 인접한 주변 업체들이다. 수 차례의 큰 폭발음과 함께 혹시라도 유해 물질로 인한 피해가 있을까 노심초사했다. 한 업체는 폭발음이 들리자마자 바로 공장 전원부터 차단했다고 한다.

화재가 난 곳은 서울에 본사를 둔 기업의 부산 공장으로, 도료나 접착제로 사용되는 화학물질인 에폭시 제조 시설이 있다. 작년 9월 준공돼 시운전 중인 공장 내에는 150톤 규모의 화학물질을 저장할 수 있어 유해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으로 지정됐다. 이런 위험성 때문에 녹산산단 일대 업체들은 지난해부터 이 화학공장의 건설에 반대하며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결국 시운전 시작 1년도 채 되지 않아 화학공장에서 큰 화재가 발생하면서 업체들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주변 업체들은 앞으로 대책이 없다면 공장 이전까지 고민하는 지경이라고 한다. 업체들의 불안감이 생각보다 심하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녹산산단 업체들은 이번 화재에 대해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중 가장 작은 사고”라고 여기고 있다. 화학공장 측도 벌써 “유사시엔 반경 2㎞까지 피해가 갈 수 있다”는 공문을 주변 업체에 보냈다고 하니, 그 위험성을 충분히 알고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 공장과 공장 사이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 추가 이격거리 규정이 없다고 한다. 앞으로도 계속 화학공장 사고의 불안감을 떠안고 살아야 한다는 것인데, 규정이 너무 미흡한 게 아닌가 싶다. 더구나 화학물질 사고의 경우 피해 범위와 양상이 다른 것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다. 업체들의 호소가 아니더라도 절대 가볍게 여겨선 안 될 일이다.

화학물질 제조 시설의 위험성을 공장을 지은 당사자인 기업도 이미 알고 있고, 또 이번에 큰 화재 사고까지 난 마당이다. 산단의 관리·운영을 맡고 있는 한국산업단지공단은 말할 것도 없고 부산시도 이참에 이 화학공장에 대한 총괄적인 시설 안전 점검에 직접 나서야 한다. 사고 업체에만 맡겨 둬선 안 된다. 당장 주변 업체들이 불안감 때문에 다른 산단으로 이전까지 고려하는 상황이다. 이들이 요구하는 추가 이격거리 확보도 가능한 다른 방법이 없는지 끝까지 찾아봐야 한다. 아울러 주변 업체들의 불안감을 달랠 추가 안전 조치도 필요하다. 입주 업체들이 최소한의 안전 문제로 녹산산단을 떠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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