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후쿠시마 오염수와 수산물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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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언 ㈜백화수산 대표

일본 정부, 6월부터 방류 방침
불안감 증폭·소비심리 위축 우려
우리 정부, 더 적극적인 역할 해야
어민 등에 정확한 정보 제공 중요

봄이 왔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전국 지자체의 봄꽃 축제도 방역 지침 완화로 4년 만에 다시 개최되는 분위기다. 마스크 없이 만끽할 수 있는 축제인 만큼 기대감으로 설렌다.

바다에도 봄이 왔다. 바다의 향기를 가득 품은 특유의 맛과 선명한 붉은색으로 꽃을 피운 멍게, 향긋한 해쑥과 어우러지는 봄철에 살이 통통하게 오른 도다리, 투명하고 맑은 알을 품은 주꾸미, 조개 중 가장 시원한 맛을 내는 바지락, 된장찌개에 들어가는 미더덕, 꼬들꼬들 씹히는 맛이 일품인 소라, 산란을 위해 알이 꽉 찬 꽃게가 바다에도 봄이 왔음을 알려 준다.

하지만 올해 봄 바다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로 시끄럽다. 일본 정부는 2021년 4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 농도를 법정 기준치 이하로 낮춘 다음 약 30년에 걸쳐 바다로 방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2년간 준비를 거쳐 방류 시점이 오는 6월로 다가오면서 우리 국민의 불안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우리 국민의 건강과 수산업의 미래는 지켜질 것인가. 작년 11월 제주연구원이 우리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83.4%는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되면 수산물 소비를 줄이겠다고 답했다. 오염수가 방류되면 당연히 수산물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질 수밖에 없고, 이는 곧바로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것임은 누가 봐도 분명하다.

우려와 불안감은 우리 국민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일본 현지 어민들과 단체들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한다. 오염수 방류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일본 어민들은 수산물의 수출 길이 막히는 것을 가장 우려한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한국, 중국, 대만 등 15개 국가와 지역은 일본 수산물의 수입을 규제하고 있는데,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면 그 규제 강도를 더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2013년 9월부터 일본의 8개 현에서 생산된 식품 수입을 금지했다. 일본 정부는 이 조치가 부당하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지만, 한국 정부가 최종 승소했다.

그런데 일본 수산물에 대해 우리 국민들은 매우 불안해하고 있음에도 오히려 일본산 활어의 수입은 2008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8년엔 4992톤, 2019년 5337톤, 2020년엔 6793톤으로 매년 증가세다. 특히 우리 국민이 즐기는 방어와 대방어의 경우 원산지가 대부분 일본임에도 이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게다가 일본산 활어의 수입이 많이 늘어난 것과 달리 우리 정부의 검역은 크게 완화됐다. 그동안 정밀검사를 통해 불합격이 없었다는 점을 들어 2018년부터 일본 수입 물량의 4%에 대해서만 검사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시민단체 등의 분석은 이와 달라 보인다. 2019년부터 일본 후생노동성의 농·수·축산물 방사능 검사를 분석·발표하고 있는 환경운동연합과 시민방사능감시센터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10여 년이 지났지만, 수산물의 8.9%, 농산물의 16.7%, 야생육의 41.4%에서 여전히 방사성 물질과 세슘이 검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니 국민들은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막을 수 없다면 일단 우리 식탁에 오르는 수산물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모든 노력을 쏟는 것이 최선이다. 한국연구재단(NRF) 공공기술단이 최근 펴낸 ‘방사능 오염수 방류에 따른 수산물 안전성 확보 기술 보고서’는 ‘방사능 물질은 먹이사슬을 통해 해양생물에 축적되며 인간의 식탁에 올라 신체에 축적된다’라며 ‘원전 오염수의 인체 위험성에 대해서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된 문제’라고 밝혔다.

이처럼 안팎의 비판 여론이 계속되자 일본 정부는 최근 여러 해양환경 문제를 감안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닷물과 섞어 환경 기준에 맞춘 이후 방류할 방침임을 밝혔다. 이중에선 정화할 방법이 없는 삼중수소(트리튬)가 가장 문제로 꼽힌다. 삼중수소는 신체에 축적될 경우 DNA 변형을 일으키거나 생식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일본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라는 장비를 활용해 오염수를 정화했다고 주장하지만, 삼중수소는 제거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앞둔 미묘한 시기에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한·일 관계의 유연화 정책을 내놨다. 우리 국민은 여전히 오염수 방류 문제를 충분히 신뢰할 수 없는 일본 정부에 대해 우리 정부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일본 정부에만 기대지 말고 오염수 방출량과 시점, 농도 등 정확한 정보를 파악해 어민 등 업계에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국민 건강을 위해 안전한 수산자원 소비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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