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은 내 주변에 있으며 나를 위로하는 존재죠”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변대용 작가 ‘달빛 산책’전
4월 23일까지 갤러리조이
‘천천히’ 의미 생각한 작업
“달빛 아래 산책 같은 삶”

변대용 작가의 '달빛 산책'전 전시 전경. 갤러리조이 제공 변대용 작가의 '달빛 산책'전 전시 전경. 갤러리조이 제공

동글동글 부드러운 곡선을 가진 북극곰과 천천히 길을 걷는다면 어떨까?

북극곰 조각으로 유명한 변대용 작가가 북극곰과의 산책을 제안한다. 부산 해운대구 중동 갤러리조이에서 열리는 변대용 개인전 ‘달빛 산책’을 통해서다.

밤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우리 현실을 뜻한다. 어둠 속에서 달은 눈앞을 밝히고 길을 밝혀준다. 변 작가는 “달빛은 나에게 위로를 주는 대상을 비유한 것”이라고 밝혔다. 부모, 자식, 친구, 동료 등 주변 가까이에 있는 이들이 바로 달빛이다. 반려동물이나 반려식물처럼 옆에 있어 주는 존재도 달빛이 될 수 있다.

변대용 '달과 곰'. 갤러리조이 제공 변대용 '달과 곰'. 갤러리조이 제공

‘휴식을 취하거나 건강을 위해서 천천히 걷는 일.’ 변 작가는 지난해 작업을 하다 다친 것을 계기로 ‘천천히’를 생각하게 됐다.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으며 주변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됐죠. 자신과 치열하게 싸웠던 시간, 설익은 청춘의 시기 등 지나간 시간과 주변 사람들을 되돌아보며 작업하게 됐어요.”

전시장에서 관람객은 책을 읽거나 파종을 하거나 차를 마시는 북극곰을 발견한다. 머리 위에는 은은한 색깔의 아이스크림이 올려져 있다. 꼬마 곰들은 아이스크림을 가지고 논다. 변 작가의 북극곰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화된 모습을 보인다. 초록색으로 변신한 북극곰 가족과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초록색 옷을 입는 곰도 있다. ‘그 여름 시원한 배’에는 뜨거운 태양 아래 ‘선탠’한 갈색곰이 등장한다.

변대용 '그린 베어스'. 갤러리조이 제공 변대용 '그린 베어스'. 갤러리조이 제공
변대용 '코스프레'. 갤러리조이 제공 변대용 '코스프레'. 갤러리조이 제공

특히 이번 전시에서 변 작가는 부조 작품을 다수 선보인다. 부조의 경우 회화적인 느낌이 더 많이 드러난다. 부조 ‘뒹굴뒹굴’은 번아웃이 올 정도로 너무 바빴던 변 작가가 스스로 가벼운 마음을 가지기 위해 만든 작업이다. 원하는 대로 방향을 돌려서 걸 수 있다. ‘낮 잠’은 숙면을 취할 기회가 많지 않은 현대인의 마음이 담긴 작품이다.

변 작가는 “젊지만 막연한 미래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고 했다. ‘새벽’은 차가운 새벽 시간에 동트는 것을 보면서 정신적으로 선명해지던 기억이 더해진 작품이다. “방황하던 젊은 시절의 공기가 그랬던 것 같아요.”

변대용 작가는 큰 곰 위에 작은 곰과 달이 뜬 숲의 모습을 올려 달빛 산책을 표현했다. 작가 제공 변대용 작가는 큰 곰 위에 작은 곰과 달이 뜬 숲의 모습을 올려 달빛 산책을 표현했다. 작가 제공

큰 곰 위에 달이 떠 있는 숲길과 아이스크림을 들고 걷는 작은 곰이 보인다. ‘달빛 아래 천천히 걸어가는 산책과 같은 삶’을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변 작가는 ‘천천히’를 생각하는 시간을 통해 “몸은 바쁘지만 마음은 예전보다 편해진 것을 느낀다”고 했다. 작가의 시간과 감정이 녹아있는 북극곰이 ‘슬로우 라이프’의 의미를 전한다. ‘달빛 산책’전은 4월 23일까지 이어진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