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자유발언 원고, 챗GPT가 작성했습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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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명 시의원 임시회서 첫 사용
기초의원 교육서 조례안도 ‘뚝딱’
양곡법 영향 분석 등 용도 광범위
시간 절감·공익적 활용 등 기대
부정확·편향성 있어 검증은 필수

국민의힘 김광명 시의원이 지난 17일 제312회 부산시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시의회 최초로 챗GPT가 작성한 원고로 5분 자유발언을 하고 있다. 부산시의회 제공 국민의힘 김광명 시의원이 지난 17일 제312회 부산시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시의회 최초로 챗GPT가 작성한 원고로 5분 자유발언을 하고 있다. 부산시의회 제공

부산 정치권에 대화형 인공지능(AI)인 챗GPT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여야 할 것 없이 챗GPT를 정치 활동에 활용하려고 고민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정확성, 편향성 등 챗GPT의 단점을 감안해 철저한 검증 후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시의회에서는 챗GPT가 작성한 원고를 바탕으로 한 5분 자유발언이 등장해 화제다. 국민의힘 김광명(부산 남4) 시의원이 지난 17일 제312회 임시회에서 진행한 ‘챗GPT라는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 완전히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주제의 5분 자유발언 원고는 챗GPT로 작성됐다. 김 의원은 조만간 챗GPT를 조례안이나 시정 질문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그는 “챗GPT가 작성한 5분 발언 원고 내용이나 문장이 뛰어나 놀랐다. 하루빨리 챗GPT를 공익적으로 잘 활용해 보자는 의미로 자유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이 최근 기초의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역량 강화 교육에서 한 강사가 챗GPT를 활용해 조례안을 만드는 과정을 선보였다. 챗GPT에 ‘노인 복지 관련 조례안을 만들어 달라’고 입력했더니, 챗GPT는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조례 목적, 정의, 시장 책무, 지원 계획 수립, 보조금 등 문서 형식에 맞게 조례안을 뚝딱 만들었다.

이어 ‘예산 10억 원을 반영해 노인 복지 관련 조례안을 구체화해 달라’고 하자 참석자들이 눈을 몇 번 깜빡하는 사이에 예산과 지원책을 담은 조례안이 나왔다. 민주당 부산시당 관계자는 “챗GPT의 놀라운 처리 속도와 구체적 내용에 모두 놀랐다”며 “앞으로 정치권도 챗GPT 등 인공지능을 정치 분야에 어떻게 접목할지를 고민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27일 부산 정치권에 따르면 챗GPT를 적극 활용한 정치 활동이 부산에도 속속 등장하고, 챗GPT를 활용하기 위한 정치인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특히 시의회의 핵심 의정 활동인 조례안 마련, 5분 발언, 시정 질문 등에도 챗GPT가 이용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활동 등은 문서 양식도 복잡하고 방대한 자료를 활용해야 해 시의원들도 까다로워한다. 그러나 챗GPT를 활용하면 짧은 시간에 기본적인 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의원들이 챗GPT 활용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정 법안의 영향력을 분석할 때 챗GPT를 이용한 사례도 있다. 국민의힘 안병길(서동) 국회의원은 이달 초 챗GPT를 활용해 최근 논란이 된 양곡관리법의 영향을 분석하기도 했다. 지역 정치인들은 챗GPT를 통해 문서 작성, 자료 분석 등 일부 의정 업무의 속도를 확연히 높일 수 있다고 얘기한다. 한 시의원은 “챗GPT로 절약한 시간을 지역 의견 수렴, 갈등 봉합 등 정치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할애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반면 부정확성, 편향성 등 챗GPT의 단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챗GPT는 학습 과정에서 편향성을 가질 수 있으며 특히 부정확한 대답이나 거짓말을 하는 사례도 있다. 이 때문에 정치인들이 조례안, 정책 등 시민 실생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업무에 챗GPT를 이용할 경우 결과물을 다각도로 검증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한 시의원은 “챗GPT에 똑같은 질문을 하더라도 어떻게 질문하느냐, 얼마나 세세하게 질문하느냐에 따라 챗GPT가 내놓는 답변은 천양지차다. 상황에 따라 곤란한 문제에는 답변을 거부하거나 자기에게 유리한 답을 내놓는 부작용이 있다”며 “챗GPT가 내놓는 자료나 답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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