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후 고리2호기, 재가동보다 안전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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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기한 만료 4월 8일 가동 중단
비용 핑계로 졸속 추진해선 안 돼

지난 11일 고리2호기 수명연장·핵폐기물반대 범시민운동본부는 부산 송상현광장에서 고리2호기 수명연장을 반대하는 시민대회를 갖고 가두행진을 펼쳤다. 부산일보DB 지난 11일 고리2호기 수명연장·핵폐기물반대 범시민운동본부는 부산 송상현광장에서 고리2호기 수명연장을 반대하는 시민대회를 갖고 가두행진을 펼쳤다. 부산일보DB

부산 기장군에 있는 원전 고리2호기 가동이 다음 달 8일 중단된다. 40년의 운영허가 기한이 이날 만료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조기 재가동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원전의 경우 운영허가 만료 이후 재가동하려면 안전심사와 설비개선 절차가 필수다. 그런 절차를 이행하는 데만 못해도 3~4년이 걸린다. 현 윤석열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등 고리2호기의 조기 재가동을 요구하는 쪽은 이 기간도 아깝다고 여긴다. 원전 가동 중단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한수원은 2025년 6월 고리2호기의 재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대단히 우려스럽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고리2호기 가동 중단으로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이 연간 1조 5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산정해 29일 발표했다. 고리2호기의 예상 발전량을 액화천연가스(LNG)로 대체하는 경우를 가정해 그렇게 산정했다고 한다. 일종의 기회비용인 셈인데, 굳이 고가의 LNG를 가정해야만 하는지 의문이 든다. 또 지난해 4월 한수원이 고리2호기 수명 연장으로 얻는 이익을 1600억 원으로 추정한 사실을 돌아보면 견강부회라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거기다 설계수명이 다 된 원전을 계속 가동함으로써 발생하는 유·무형의 손실까지 고려하면 정부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하겠다.

노후 원전에는 사고의 위험성이 운명처럼 따라다닌다. 일본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원전 사고가 우리나라라고 발생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실제로 고리2호기에는 지난해 6월 발전소 내부 차단기가 불에 타 원자로가 정지하는 등 1983년 운영 이후 60여 차례 크고 작은 사고가 있었다. 2018년 한국전력이 고리2호기에서 후쿠시마의 경우와 비슷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해 배상액을 예측한 바 있는데, 무려 1667조 원이었다. 사고는 차치하더라도 원전 가동으로 발생하는 핵폐기물 처리에는 또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어갈 것인가. 인체에 치명적인 핵폐기물을 처리할 방법은 현재로선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명이 끝난 원전의 재가동은 신중에 신중을 더해 추진해야 한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무엇보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고리2호기 반경 30km 이내에만 400만 명의 국민이 살고 있다. 이들의 안전에는 한 치의 오차나 타협도 있을 수 없다. 정부는 안전을 전제로 고리2호기 재가동을 추진한다지만, 선뜻 신뢰하기 어렵다. 지난해 고리2호기 관련 공청회를 독선적으로 진행해 요식행위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거듭 말하지만, 고리2호기는 안전하지 않다. 재가동은 위험요소를 완전히 제거한 뒤라야 비로소 가능해야 한다. 돈을 앞세우며 졸속으로 추진할 일이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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