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이전’ 민주 당론 부재로 혼란… 지역별 대결 구도에 교통정리 못 해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대선 이후 당내 논의 진전 없자
지역구 김민석, 반대에 앞장
전북 의원 “부산 비교해 차별”
부산 의원들 ‘집단 행동’ 논의
엑스포 실사단 방문 이후 미뤄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해 12월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부산혁신포럼 2기 출범식 및 산업은행 부산이전, 시민 대토론회’ 참석해 산업은행 이전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부산일보DB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해 12월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부산혁신포럼 2기 출범식 및 산업은행 부산이전, 시민 대토론회’ 참석해 산업은행 이전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부산일보DB

더불어민주당이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놓고 ‘내홍’을 겪고 있다. 소속 의원들이 지역구별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상황에서 ‘당론’을 정하지 못한 탓이다. 이재명 대표가 대선 후보시절 ‘국책은행 이전’을 강조했지만 이후 당내 논의가 이어지지 않으면서 수도권 의원의 반대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대선 당시 〈부산일보〉의 금융중심지 관련 질의에 “서울과의 차별화를 위해 부산의 ‘해양금융 특화’를 지원하고 유수의 국제금융기구가 유치되도록 적극 돕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국책은행 이전도 적극 검토하겠다”면서 “증권사, 보험사 등 민간 금융회사가 부산에 더 많이 투자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윤석열 후보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공식화한 상태였다. 이 후보가 국책은행 이전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자 산은 부산 이전은 사실상 여야의 ‘공통 공약’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대선 이후 민주당에서 산은 부산 이전을 지원하는 목소리는 부산 의원 이외에는 나오지 않았다. 이 대표도 당권을 잡은 이후 ‘여야 공통공약 추진’을 언급했지만 산은 이전에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호남과 서울 의원을 중심으로 민주당에서 산은 이전 반대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서울에선 산은이 위치한 영등포구가 지역구인 김민석 의원이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냈다. 서영교(서울 중랑구갑), 이수진 의원(서울 동작구을) 등이 동조하고 나섰다.

호남에선 전북 전주가 지역구인 김성주 의원이 산은 이전에 반대하고 나섰다. 전북은 서울, 부산에 이어 ‘제3금융중심지’ 지정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전북은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서울 재이전설이 불거지고 있어 부산과 비교해 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당내에서 혼선이 계속되자 민주당 부산 의원들은 ‘행동’에 나서는 모습이다. 정무위에서 산은 부산 이전을 주장해 온 박재호 의원은 “김민석 의원을 직접 만나서 부산 의원들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당론도 아닌데 김 의원이 공개회의에서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산은 이전 준비 절차는 법률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최인호 의원은 “가덕신공항 특별법 제정 당시에도 당내에 다른 의견이 있었지만 부산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추진해서 결국 공감대를 만들어 법을 통과시켰다”면서 “산은 부산 이전은 금융중심지로 가는 중요 과제이기 때문에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부산 의원들은 성명서 발표 등의 ‘집단행동’도 논의했으나 2030세계박람회 부산 유치를 위한 실사단의 실사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현재는 2030엑스포 유치를 위해 ‘초당적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사단 실사 이후에는 민주당 부산·경남 의원들의 공동 입장 발표가 있을 전망이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