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승부조작 가담자 ‘기습사면’ 일파만파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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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16강 축제를 범죄자 면제부로 사용”
붉은악마, SNS 통해 비판 및 전면 철회 요구
축구계 물론 정치권까지 비판 목소리 키워

축구 국가대표팀 응원단 붉은악마가 29일 SNS를 통해 대한축구협회의 승부조작 가담자 등에 대한 징계 사면 의결을 비판하고 전면 철회를 요구했다. 붉은악마 SNS 캡처 축구 국가대표팀 응원단 붉은악마가 29일 SNS를 통해 대한축구협회의 승부조작 가담자 등에 대한 징계 사면 의결을 비판하고 전면 철회를 요구했다. 붉은악마 SNS 캡처

대한축구협회의 승부조작 선수 사면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열고 각종 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은 전·현직 선수, 지도자, 심판 등 100명을 사면하기로 의결했다. 사면 대상자 중엔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에 가담했다가 제명된 최성국·권집·염동균 등 선수 48명이 포함됐다.

축구협회는 “지난해 달성한 월드컵 본선 10회 연속 진출과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자축하고 축구계 화합·새 출발을 위해 사면한다”며 “일선 현장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스포츠의 근간을 흔드는 승부조작 가담자에 대한 사면 조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당장 대한체육회가 축구협회의 사면 결정을 인정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체육회 관계자에 따르면 “징계 기록을 삭제하는 규정이 없어 사면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도 사면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연맹 관계자는 “우리는 사면 안 했다. 축구협회의 사면 의결이 포괄적으로 효력을 미쳐 프로연맹의 징계가 무효가 되는 게 아니냐고 볼 수 있겠지만, 명쾌하지 않으며 법리적으로 따져 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축구협회는 이번 사면을 추진하면서 상급 단체인 대한체육회와 승부조작 사건의 피해를 본 프로축구연맹과도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월드컵 16강 진출을 사면 이유로 내건 것에 대한 분노도 빗발친다. 우루과이와 평가전을 불과 1시간 앞두고 사면을 발표한 것도 ‘꼼수’란 비아냥을 사고 있다.

축구 국가대표팀 응원단 붉은악마는 29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사면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붉은악마는 “대한축구협회에서 기습적으로 의결한 승부조작범 48인을 포함한 비위 행위자 100인의 사면에 강력하게 반대하며 전면 철회를 요구한다”며 “공든 탑을 쌓는 마음으로 조금씩 올바르게 성장하던 K리그와 한국 축구였는데 3월 28일 정몽규 회장 이하 협회 수뇌부가 12년간 모두의 노력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리는 행위를 저질렀다”고 협회를 질타했다. 아울러 “월드컵 16강이란 축제를 왜 범죄자들의 면죄부로 사용하는가”라며 사면을 강행할 경우 A매치와 K리그 등을 보이콧할 것”임을 경고했다.

김환 축구 해설위원도 30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2011년 승부조작으로 K리그가 초토화됐고 팬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줬다”며 “범죄와 비유하자면 무기징역급 범죄”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때 그 프로축구연맹 총재가 정몽규 총재였다”면서 “당시 징계를 주도했던 정 총재가 고개를 숙이며 암적 존재는 도려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 대한축구협회로 자리를 옮겨서 이걸 해제한 거다”고 황당해 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아주 나쁜 선례다. 안 걸리면 장땡, 걸려도 10년만 버티면 사면이라는 공식이 갖춰졌다”며 “(진상을)샅샅이 조사해 국민 여러분께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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