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서고가로를 하늘 숲길로 만들자”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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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그린트러스트, 30일 1차 세미나 개최
서울역 고가공원 등 국내외 활용사례 소개
인근 주민들, “30년간 피해… 철거 원한다”

30일 오후 ‘부산동서고가 하늘숲길 포럼 1차 세미나’가 부산그린트러스트 주최로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민운동지원센터에서 열렸다. 사진은 두 번째 발제를 맡은 부산대 건축학과 우신구 교수의 모습. 이재찬 기자 chan@ 30일 오후 ‘부산동서고가 하늘숲길 포럼 1차 세미나’가 부산그린트러스트 주최로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민운동지원센터에서 열렸다. 사진은 두 번째 발제를 맡은 부산대 건축학과 우신구 교수의 모습. 이재찬 기자 chan@

향후 노선폐지가 확정된 부산 동서고가로를 활용(부산일보 3월 14일 자 3면 보도)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는 첫 세미나가 열렸다.

부산의 시민사회단체 부산그린트러스트는 30일 오후 부산시민운동지원센터에서 ‘부산 동서고가 하늘숲길 포럼 1차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부산 동서고가와 도시를 바꾸는 시민의 상상력’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첫 발제를 맡은 조경민 다른도시 대표는 서울역 고가공원인 ‘서울로7017’의 추진 과정에 대해 상세히 발표했다. 서울로7017의 경우 사업 초창기 주민들의 큰 반발에 부딪혔다. 주민과 함께 논의 테이블을 만들고 수백 차례의 논의를 이어간 끝에 합의점을 찾을 수 있었다고 그는 소개했다. 조 대표는 “동서고가로의 철거 여부를 시나 국토부에 맡겨놓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생긴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본다. 어떤 결론이 나든 이 자리는 역사적인 자리가 될 것”이라면서 “이번 세미나를 기점으로 논의가 뜨겁게 달아오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부산대 건축학과 우신구 교수는 국내외의 활용 사례를 상세히 소개했다. 동서고가로의 존치, 철거, 활용 시 장단점에 대해서도 짚었다. 우 교수는 “동서고가로는 국내에서 가장 긴 도심 고가도로 인데다 그 폭도 가장 넓다. 만일 활용을 하게 된다면 세계 그 어떤 사례보다 가장 큰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면서 “정답은 없고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은지를 함께 고민해보는 자리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발제 이후에는 학계·연구기관·환경단체·주민대표 등의 토론이 이어졌다. 부산연구원 오동하 선임연구원은 “동서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드러냈다. 허운영 당감동 어린이도서관장은 “차가 중심인 도시에서 사람이 중심인 도시로 가는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세미나에는 동서고가로 인근 주민들도 참석해 목소리를 냈다. 당감동 주민이라고 밝힌 한 주민은 “지난 30년간 동서고가로 인해 인근 주민이 가장 많은 피해를 봤다. 앞으로 주민의 이야기를 더 다양하게 담으려면 가장 피해를 본 주민들이 많은 곳으로 와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또 다른 주민은 “부산진구 주민은 대부분 철거를 원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주민이 원하지 않으면 하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면서 “동서고가로 철거나 활용 등에 대해 부산시의 정책 방향은 어떤지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부산그린트러스트는 앞으로도 분기별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동서고가로의 활용방안에 대해 시민과 함께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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