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악재” vs “지지층 결집”… 트럼프 기소에 미 대선판 흔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혼외정사 입막음용 뒷돈이 결국 발목
선거자금법 위반 등 추가 혐의 가능성
동정 여론 덕에 공화당 대선 주자 1위
4일 뉴욕 맨해튼지검 출석해 '머그샷'

지난달 31일 미국 뉴욕의 트럼프 타워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면을 쓴 사람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31일 미국 뉴욕의 트럼프 타워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면을 쓴 사람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성인물 배우에게 혼외정사 입막음 용으로 돈을 준 혐의와 관련해 미국 전·현직 대통령 중 처음으로 기소(busan.com 지난달 31일 보도)되면서 미국 대선도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캠프에 표면적으로 초대형 악재가 터진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지지층 결집과 동정표 확산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압도적으로 공화당 대선주자 1위로 뛰어올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소를 당한 전직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떠안으면서 정치 생명에도 최대 위기를 맞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곧장 자신이 정치적 ‘마녀 사냥’의 희생양이 됐다고 주장하며 반격했지만, 향후 이어질 법정 공방으로 대선전에서 타격을 받는 것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이번 기소가 그를 줄곧 괴롭혔던 성 추문과 연관된 것이기에 그의 대선 행보도 더욱 위태로워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전직 성인물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와의 혼외 성관계 폭로를 차단하기 위해 마이클 코언을 통해 13만 달러(약 1억7000만 원)를 대니얼스에게 지급했다. 또 이를 트럼프그룹 돈으로 변제해주는 과정에서 ‘법률 자문 비용’으로 꾸며 뉴욕주 법률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에 선거자금법 위반 등 무거운 범죄 혐의가 추가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판을 받는 중이거나 심지어 유죄 선고를 받더라도 대선 출마에는 문제가 없다고 CNN방송 등은 전했다. 1920년 사회당 유진 데브스 후보가 옥중 출마해 90만 표 이상 얻은 전례도 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는 지지자들을 뭉치게 하는 효과를 불렀다. 야후뉴스는 여론조사업체 유거브와 공동으로 벌인 조사에서 ‘공화당 대선주자 경선이 오늘 실시되면 누구를 선택할 것이냐’는 질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52% 지지를 얻었다고 1일 밝혔다. 2위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21% 지지를 얻어 격차가 31%나 됐다. 이번 조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가 결정된 지난달 30일과 31일 진행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된 당일 24시간 동안 400만 달러(약 52억 원)의 정치 후원금도 모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 대선캠프는 지난달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미국인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를, 소로스의 후원을 받은 검사가 사법 체계를 불명예스럽게 무기화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는 4일 뉴욕주 지방법원에서 기소 인정 여부 절차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사는 그가 수갑을 차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변호하는 조 타코피나 변호사는 지난달 31일 ABC 방송에 출연해 “나는 그들이 이번 사건을 최대한 홍보하려고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는 수갑이 채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같은 날 오후 맨해튼지검에 출석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그는 다른 피의자와 마찬가지로 ‘머그샷’(범인 식별용 얼굴 사진)을 촬영하고 지문을 찍는다. 또 유전자를 채취당하는 것은 물론 법적 권리 등을 알리는 ‘미란다 원칙’을 고지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뉴욕주 법에 따라 머그샷은 공개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