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당정 지지율 동반 하락, 민심 달랠 정치 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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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외교 등에서 민의 숙고해야
국민의힘, 당내 민주주의 활성화 필요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 정부와 여당에 대한 국내 여론이 근래 두드러지게 악화하는 양상이다. 당장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 한국갤럽의 최근 조사에선 30%를 간신히 지켰다.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높았던 부산·울산·경남에서도 겨우 36%를 기록했다. 당선 1년도 안 된 대통령으로서는 처참한 수준의 지지율이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지지율 하락 늪에 빠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의 같은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달 8일 치러진 전당대회 직전에 39%였던 게 불과 한 달 만에 33%로 떨어졌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에서 지지율이 20%대 초반에 그쳤다. 현 집권세력에 대한 심각한 민심 이반이 아닐 수 없다.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윤 대통령은 외교 순방 때마다 파란을 일으켰다.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방문 때 비속어 논란, 올해 1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의 이란 관련 적(敵) 발언이 그랬다. 지난달 한·일 정상회담은 굴욕 외교라는 비판에 직면했고, 이달 열릴 한·미 정상회담은 시작도 전에 외교·안보 참모진 교체 등으로 파행 중이다. 그런가 하면 내놓는 정책들은 ‘주 69시간 근로제’처럼 어설픈 것들이어서 각계의 반발을 초래했고, 지나치게 검사 출신에 편중된 인사도 국민 정서와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그런데도 속 시원한 해명은 없으니 민심이 등을 돌리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하겠다.

대통령과 정부가 이런 형편이면 여당이 중심을 잡아 줘야 할 텐데, 현 ‘김기현 대표 체제’ 국민의힘은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 이는 지난달 전당대회 결과에서 예견된 바다. 김 대표 스스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이른바 ‘윤심’에 기대 당선된 측면이 있고, 최고위원들도 친윤계 일색으로 구성된 때문이다. 당이 지나치게 대통령에게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는데, 최근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사무총장 등 핵심 당직까지 친윤 인사로 채워져 그런 우려는 더욱 깊어졌다. 각종 정책에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대통령과 정부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두둔하는 건 바람직한 여당의 모습이 아닐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 한·일 관계 개선 문제에서도 “지지율 하락해도 담대한 결단” 운운했다. 지도자로서 과감한 추진력의 필요성을 강조한 말일 테지만, 민의를 업고 선출된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민심을 온전히 외면하는 건 온당치 않다.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일방적인 추진력은 자칫 독선으로 흐를 위험성이 크다. 국민의힘도 당내 민주주의를 활성화함으로써 건강한 당정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여하튼, 당정 지지율의 동반 하락은 국정 동력의 상실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대단히 심각하다. 대통령과 여당 모두 더 늦기 전에 민심에 부합하는 정치로 돌아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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