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비평] 챗GPT와 저널리즘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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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행 동명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사람과 대화 가능한 챗GPT 열풍
미디어의 인공지능 의존도 커질 듯
저널리즘 핵심 영역 인간이 맡아야
언론 발전 위한 AI 대응 전략 필요

미국 오픈AI가 지난해 11월 말 내놓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에 대한 언론과 세간의 관심이 올 들어서도 끊이지 않고 있다. 챗GPT가 출시 2개월 만에 월 사용자 1억 명을 돌파하였고, 하루 1000만 명과 대화하고 있다. 파죽지세의 성장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월정액 20달러의 유료 버전은 정식 출시 사흘 만에 이용자 수 100만 명을 넘어섰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칼럼을 통해 챗GPT는 단지 시작일 뿐이라며 인공지능 황금시대의 도래를 선언하고 있다.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인공지능 챗GPT의 등장으로 향후 10~20년간 인류가 하는 일과 방식에 커다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공동 창업한 비노드 코슬라는 앞으로 25년 안에 사람이 하는 일의 80%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며, 대부분의 미디어가 인공지능에 의해 만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챗GPT의 등장과 더불어 언론은 이제 디지털 전환의 시대를 넘어 디지털 가속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으며, 본격 궤도에 오른 인공지능 기술 혁명은 저널리즘 환경에 큰 파장과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 기반으로 기사를 자동 생성하는 로봇 저널리즘이 언론 분야에서 쟁점이 된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미국 <LA타임스>는 LA카운티 살인사건 데이터를 분석해 기계가 기사를 자동으로 작성하는 로봇 기사 서비스를 2010년에 도입했다. 이러한 로봇 저널리즘은 이 밖에도 국내외 다수의 언론사에서 금융·자연재해·날씨·스포츠 경기 보도, 기사 요약본 제공 등에 활용되어 정보의 폭과 정보 전달의 신속성을 개선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챗GPT는 엄청난 사전학습 정보 및 연산 속도를 바탕으로 기사 쓰기에서 본격적으로 인간 기자를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로봇 저널리즘과는 차원이 다른 인공지능 저널리즘의 시대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인간과 인공지능이 공존하는 미래 저널리즘 환경에서는 인공지능이 수행한 작업에 인간이 손을 보태는 소위 하이브리드 업무가 일반화할 것이다. 저널리즘이 조화롭게 작동할 수 있도록 인간의 일과 기계의 일을 사전에 명확히 규정하고 정비하는 일이 중요하게 대두된다. 자료 검색과 번역, 방대한 자료의 분석 같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여기에는 단순 사실 보도도 포함된다)은 기계에 넘기되, 복잡한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적 사고, 창의력 등이 요구되는 해설기사, 탐사보도, 기획기사, 현장 르포와 같은 저널리즘 핵심 영역은 인간이 담당하도록 한다. 인공지능에 넘길 것은 넘기되, 인간이 지켜야 할 것은 지켜 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의 디지털 매체 <와이어드(Wired)>는 최근 생성 인공지능 사용 기준을 제시하여 뉴스 매체로는 최초로 인공지능 정책을 제시하였다. 현재 인공지능 도구들의 오류와 편견의 문제를 이유로 기사나 칼럼 작성과 편집은 물론 뉴스레터도 인공지능으로 작성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반면에 제목과 소셜미디어 포스팅을 위한 글의 힌트를 얻기 위해서나 기사나 기획 아이디어 발굴을 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할 것을 허용하고 있다. 인공지능으로 이미지나 영상을 생성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은 아직 인공지능이 가진 한계를 고려한 결정이며, 기술 발전 상황에 따라 정책을 수정할 계획이라고 <와이어드>는 밝히고 있다.

한국 언론도 인공지능 저널리즘 시대에 적극 대응하는 정책과 전략을 수립해야 할 시기이다. 인공지능 저널리즘이 언론의 디지털화와 저널리즘의 디지털 전환의 연장선상에 있음은 자명하다. 안타깝게도 한국 언론은 지나온 디지털 전환의 시기를 자생력 구축에 전념하기보다는, 포털이라는 플랫폼 안에서 특권을 누리며 안주해 온 측면이 강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나친 속보성 경쟁으로 인한 기사 품질의 저하, 독창적 콘텐츠 생산 부진, 순수 디지털 콘텐츠의 황폐화, 콘텐츠 DB화의 고도화 부진과 같은 복합적인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언론 환경은 SNS 및 유튜브, 틱톡 등의 강세로 매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챗GPT 등장으로 인공지능 저널리즘 경쟁이 본격화함으로써 언론의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위기 극복을 위해 언론은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을 어디에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질적 표준은 어디에 두며, 품질 보장 시스템은 어떻게 마련할지 등의 인공지능 대응 전략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인공지능 시대를 맞은 언론, 저널리즘, 기자의 사명과 역할을 총체적으로 재정립하는 과정을 통해서 인공지능 기술이 저널리즘의 지속적인 발전과 성장에 기회로 작용하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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