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155mm 곡사포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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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초음속미사일 등 첨단무기가 즐비한 오늘날에도 대포는 가장 기본적인 무기로 중요시된다. 화약을 이용한 대포는 14세기 초 아라비아에서 처음 발명되었다고 한다. 최초의 대포는 직선 조준 사격이 주종인 평사포였다. 범선 시대를 대표하는 함포나 일반적인 야전용 대포 대부분도 평사포였다.

직선으로 쏘는 평사포에 비해 높게 포물선을 그리는 방식으로 포탄을 발사하는 곡사포는 두꺼운 성벽을 훌쩍 넘겨 불붙인 폭발 물질을 던져 보겠다는 의도로 개발됐다. 명중률은 낮았지만, 성 내부의 광범위한 목표에 공포감과 혼란을 주는 방식이었다. 19세기에 구경 220~240mm에 150kg 이상 포탄을 발사하는 대형 공성용 곡사포가 개발됐다. 특히, 제1차 세계대전으로 참호전이 시작되면서 참호에 숨은 적군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 곡사포가 대량으로 보급됐다. 우리나라에서는 6·25전쟁 중인 1951년 5월에 155mm M114 견인 곡사포가 미군으로부터 도입됐다.

재래식 무기의 전형인 곡사포가 다시 전쟁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1년 이상 지루한 소모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양측이 수십km 떨어진 표적을 정밀하게 타격할 수 있는 포격전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1000㎞에 이르는 전선에서 우크라이나는 하루에 155mm 포탄 3000발을 소진하고 있다고 한다. 월간으로는 약 9만 발을 쏘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하루 포탄 소비량이 6000~7000발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군은 하루에 2만~5만 발을 발사해 우크라이나군을 압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에서 양측이 7개월째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6·25전쟁 이래 최대 포격전’으로 불릴 정도로 155mm 포탄이 대거 소모되고 있다. 이 와중에 북한이 러시아에 식량을 대가로 탄약 등 무기를 제공하고, 1만 의용군을 파견한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고, 한국도 우크라이나에 무기 우회 지원 논란이 외신에 보도되고 있는 실정이다.

역사가 되풀이되듯이 신냉전 구도가 급작스럽게 고착화되는 상황이다. 정권의 향배가 걸린 푸틴이 물러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의 불똥이 자칫 한반도에까지 튀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살인과 고문, 강간 등 21세기 가장 추악한 현장으로 전락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조속히 끝나고, 세계가 증오의 포탄 대신 평화와 번영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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