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 거제시 행정타운, 최소 60억 재정지원 없던 일로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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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골재 부존량 부족 공사비 일부 보전 검토
시의회 반감, 배임 등 법적 책임 문제도 우려

거제시 행정타운 부지 조성 현장. 부산일보DB 거제시 행정타운 부지 조성 현장. 부산일보DB

경남 거제시가 지지부진한 행정타운 부지조성 사업 정상화를 위해 민간 사업자에게 공사비 일부를 지원하려던 계획(부산일보 2022년 12월 21일 자 11면 보도)을 잠정 보류했다. 수십억 혈세 투입에 대한 시의회 반감이 큰 데다,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는 어렵게 부지 조성을 마쳐도 반쪽짜리가 될 공산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 거제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국가공인기관에 의뢰했던 행정타운 부지 사토량과 공사비 원가 재산정 작업을 최근 중단했다.

거제시 행정타운 부지 조성사업은 민간 사업자가 시공 과정에 발생하는 골재를 팔아 공사비를 충당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골재 부존량이 예상치를 크게 밑돌면서 답보 상태다. 막상 땅을 파 보니 돈이 되는 암석은 턱없이 부족하고 처리 비용이 드는 흙만 무더기로 나왔다. 공정률이 절반을 넘긴 지금까지, 골재로 사용할 수 있는 발파암은 당초 예상한 233만㎥보다 60만㎥나 적은 170만㎥ 정도에 불과했다.

반대로 토사 발생량은 예상치(17만㎥)의 4배가 넘는 73만㎥를 넘었다. 이 처리비용만 40억 원 이상이다. 여기에 줄어든 골재량까지 고려하면 최소 60억 원, 최대 100억 원 상당이 더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이에 거제시는 사업자와 맺은 협약서를 변경해 부족한 공사비를 보전해 주기로 했다. 2024년 3월로 잡은 준공 목표를 맞추려면 일정 부분 시비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반면, 시의회는 재정 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을뿐더러, 지원해도 실제 공기는 1~3개월 정도 당겨질 뿐이라며 난색을 보였다. 게다가 최악의 경우, 관계 공무원이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주어진 사무에 소홀해 지방재정에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다.

거제시 관계자는 “법적 책임 문제도 있고, 시의회 동의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어떻게 진행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인지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가 갈팡질팡하는 사이 공사 현장은 가다 서기를 반복하고 있다. 준공 기한까지 남은 공사 기간을 감안할 때 못해도 공정률 75%를 넘어야 하는데, 실상은 60% 남짓이다. 이대로 두면 행정타운이 제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거제시 행정타운 공공청사 부지 4만 1345㎡ 중 3분의 2가 넘는 2만 8738㎡가 거제경찰서와 거제소방서 몫이다(오른쪽 토지이용 계획도). 거제시 제공 거제시 행정타운 공공청사 부지 4만 1345㎡ 중 3분의 2가 넘는 2만 8738㎡가 거제경찰서와 거제소방서 몫이다(오른쪽 토지이용 계획도). 거제시 제공

행정타운은 지역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 사고에 신속 대응할 수 있는 행정환경을 갖추기 위해 기획된 프로젝트다.때문에 옥포동 산 177-3번지 일원에 9만 6994㎡ 규모 공공시설 부지를 조성, 거제경찰서와 거제소방서, 양대 기관이 입주하는 것으로 밑그림을 그렸다. 공공청사 용지 4만 1345㎡ 중 3분의 2가 넘는 2만 8738㎡가 두 기관 몫이다.

1986년 지은 노후 청사로 근근히 버텨온 거제경찰서는 일찌감치 청사 신축 예산까지 확보해 신축 이전 준비를 마쳤다. 그런데 부지 공사가 하세월 하면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참다 못한 경찰서는 행정타운 입주를 포기하고 장평택지개발지구를 대체지로 낙점, 이전 절차를 밟고 있다. 거제시는 여전히 행정타운 입주를 바라고 있지만 마냥 버틸 순 없는 노릇이다.

거제시 관계자는 “재정지원 여부와 상관없이 더디지만, 공사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업체가 의지를 갖고 속도를 내면 내년 말 때쯤엔 끝낼 수 있을 것”이라며 “경찰서 이전도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거제시 행정타운 부지 조성사업은 (주)세경건설 컨소시엄이 426억 원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2016년 첫 삽을 떴다. 특히 암석 판매를 통한 추가 수익이 기대되는 만큼 판매 이익금 중 약 100억 원을 추가로 정산 받는 조항도 달았다.

계획대로라면 거제시는 재정 부담 없이 10만여㎡의 부지와 100억 원의 세외 수입을 얻는다. 그러나 건설 경기 침체에다, 고현항 매립 등 핵심 연계 사업 지연으로 골재 수요가 급감하면서 차질이 생겼다.

공정률 12%에서 공사가 중단된 상황에 세경 측이 이익금 정산을 차일피일 미루자 거제시는 협약을 파기하고 새 사업자를 찾아 나섰다. 이 과정에 이익금 배분 조항을 없애고 공사비도 378억 9000만 원으로 낮췄다. 이후 3차 공모 끝에 대륙산업개발(주) 컨소시엄이 낙점돼 2020년 4월 공사를 재개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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