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마약과의 전쟁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김소연 법무법인 예주 대표변호사

‘마약 청정국’이라는 말은 옛말이 된 지 오래고, 지금 우리나라는 ‘마약 신흥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마약은 연령, 성별을 불문하고 우리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영화에서 마약에 취한 연기를 기가 막히게 잘했던 연예인 유아인은 실제 4종의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그런데 SNS에 유아인을 응원하는 댓글을 올리는 연예인이 있는가 하면, 영화에서 연기가 아니라 실제 모습이었다고 우스갯소리로 치부하는 반응도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은 미국에서 유튜브 생방송 도중 마약을 투약했는데, 전우원이 5·18 유가족과 피해자들에게 사죄를 구하자, 마약 문제는 온데간데없이 대중의 반응은 전우원을 영웅으로 칭송하는 분위기이고, 모 언론사는 기사 제목까지 “유아인보다 잘생겼다”고 외모를 칭찬하는 보도를 내고 있다. 정말 부끄럽기 짝이 없는 기사였다. 이렇게 사회에 영향력 있는 유명인들의 마약 사건이 연일 보도되고, 마약 사범을 미화하는 모습을 접하는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유아인 등 마약 사범 미화 분위기 우려

포털사이트 검색으로 마약 쉽게 구매

10대 미성년자 중독으로 강력 범죄까지

초범이라도 중독성 높아 삶 망가져

인터넷 범죄 전문 수사 인력 배치하고

교육과 중독 치료 프로그램 개발 시급

윤석열 대통령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여 대대적인 마약 단속을 벌이고 있고, 지난해 검거된 마약 사범은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특히 젊은 층인 2030 세대의 마약 사범이 급증하는 추세인데, 심각한 문제는 미성년자 중에서도 마약을 투여하다 적발된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한 해 검거된 10대 마약 사범도 300여 명에 달하는데, 이들 중에는 만 14세 미성년자도 상당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청소년들이 호기심에 한 번 접했던 마약의 폐해는 정말 심각하다. 여중고생들은 마약 살 돈을 구하려고 조건만남 같은 성범죄로 빠지기도 하고, 환각 상태에서 강력범죄까지 저지르고 있다.

도대체 청소년들이 어떤 경로로 마약을 접하게 될까. 마약 사건을 담당하면서 알게 된 ‘마약 은어’로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 보니, 마약 판매상들이 올린 트위터나, 텔레그램 아이디로 접속해서 너무나도 쉽게 마약을 구매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음이 확인된다. 그런데 마약, 이렇게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내버려 두어도 되는 것인가. 포털사이트에서는 왜 이런 검색 결과를 원천 차단하지 않는 것인지 의아한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에서는 검색 결괏값에 대해서는 심의를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의하면, 검색엔진의 특성상 검색 결과가 매번 바뀔 수밖에 없고, 또 검색 결과에는 마약을 지칭하는 특정 은어뿐 아니라 마약이 아닌 다른 내용을 담은 결과가 섞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검색 결과 자체의 차단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러한 단속의 사각지대에서 청소년들은 손쉽게 마약을 접하게 되는 것인데, 불가능이라고 손 놓고 있을 게 아니라, 이는 얼마든지 인력을 투입하여 실시간 단속을 하고, 포털사이트와 협업하여 필터링이 될 수 있도록 기술적, 정책적으로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다. 또한 마약 판매상 단속을 위해 정보 기술 분야 전문가를 사이버 마약 전문수사관으로 채용해 인터넷 마약 범죄 추적 등에 특화된 수사 인력으로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게다가 ‘마약 떡볶이, 마약 김밥’ 등 우리가 자주 접하는 음식과 생필품까지 마약이라는 표현이 난무하는 것도 문제점이다. 2019년경 ‘마약베게’를 상표로 출원신청을 한 사례까지 있었다. 하지만, 상품에 마약이라는 용어를 붙여 중독될 정도로 좋고, 맛있다는 등의 표현을 남발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부분이다. 얼마 전 서울시는 마약류 상품명 오남용을 개선하기 위해 ‘서울시 마약류 상품명 사용 문화 개선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고 한다. 마약 범죄가 급증하는 현실에서 부산도 이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마약 근절을 위해서는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마약은 초범일 경우, 벌금이나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경우가 많지만, 문제는 초범이었던 그들은 대부분 또다시 마약에 손을 대고, 그 중독성으로 결국 삶을 망가뜨린다는 점이다. 어떤 마약 사범이 “내가 마약을 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구속되는 수밖에 없다”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그만큼 중독되면 스스로 제어가 되지 않을 만큼 치료가 힘들기에 초범이라도 강력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 마약의 폐해를 널리 알리고, 학교에서도 교육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마약 중독 치료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에 정부가 중심이 되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정신이 몸을 지배한다. 이제 국민들의 정신건강 복지에 집중해, 우리나라가 다시 마약 청정국으로 회귀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