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희의 위드 디자인] 부산세계박람회와 메디치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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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큐브디자인랩 대표

2030세계박람회 개최 도시 선정을 위해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이 부산을 방문 중이다. 주말 동안 거리마다 걸린 현수막에서, 북항 근처 고층 건물 창문의 불빛으로 만든 2030EXPO의 글귀에서 부산의 열망을 본다. 세계(등록)박람회는 올림픽, 월드컵과 더불어 세계 최대의 축제로 여겨지지만, 생각보다 자료와 정보가 많지 않다는 사실이 놀랍다. 아마도 엑스포라는 용어가 다양한 전시에서 사용되고 있고, 등록박람회는 세계대전 이후에 자주 열리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부산에서 개최하고자 하는 BIE 등록 종합박람회는 1851년부터 지난 170여 년의 역사 가운데 35회, 총 14개국에서 열렸다. 아시아 국가로는 일본에서 1970년과 1995년, 중국 상하이에서 2010년에 열렸다. 아직 한국은 개최한 적이 없기에 우리의 열망은 더욱 크다. 또한 세계박람회로 인한 도시와 디자인, 그리고 우리의 삶에 미칠 영향력을 생각해 볼 때, 포스트 코로나를 맞아 새로운 시대 정신을 드러내며 국제 도시로 성장할 부산을 상상하게 돼 우리의 열망은 더욱 커진다.

파리·밀라노 박람회로 도시브랜드 성장

다양한 분야의 생각 모일 때 혁신 분출

세계인 끌어들여 부산 르네상스 이루자

1851년 영국이 개최한 국제적 규모의 최초의 세계박람회는 인류 문명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이후에 엄청난 문화적, 산업적 자극을 받은 많은 나라들이 박람회를 개최하려고 시도했다. 미국은 7번의 박람회를 치르며 산업, 문화적으로 세계 무대의 전면으로 나섰다. 영국과 경쟁하며 성장하던 프랑스는 박람회를 통해 수도인 파리를 발전시킨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파리에서만 1855~1937년 사이 6회의 등록박람회가 개최됐다.

프랑스는 경쟁국가로서 영국보다 성공적인 전시회 개최와 현대적인 도시로의 변환이 필요했다. 특별히 나폴레옹3세는 즉위 이후에 적극적으로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1855년의 파리박람회에서는 산업이 발달한 영국을 의식하며 프랑스의 대표 산업으로 포도주 생산을 소개하였고, 이때 보르도와인이 세계시장에 나오는 계기가 되었다. 예술과 회화를 전시회장으로 끌고 온 것도 프랑스였다. 또한 박람회장의 건축과 함께 파리 도시재개발사업이 시작되었다. 오스만 남작이 시장으로 임명되며 그때까지 중세도시였던 파리를 지금의 직선의 대로와 상수도, 건축물과 공원을 가진 파리로 변모시켜 나갔다.

1889년 파리세계박람회에서 세워진 철골로 만들어진 에펠탑은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문화의 아이콘이자 파리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1900년 파리박람회는 산업화 시대의 종말을 고하며, 새로운 시대 문명을 총결산하는 자리였다. 지하철 개통도 올림픽도 박람회 행사의 일부로 진행되었다. 새로운 시대의 예술을 표현하기 위해 세기말의 예술 사조였던 ‘아르누보’ 양식으로 박람회장은 채워졌다. 5번의 박람회 개최로 센 강변과 다리들, 몽마르뜨 언덕의 조성 등, 현재의 파리와 같은 랜드스케이프를 완성시켜 나갔고 수많은 예술가들이 파리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1937년 마지막 파리박람회는 바우하우스와 아르데코 운동의 영향력 가운데 있었다. 1925년의 파리에서 진행한 미술장식박람회가 예술계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는데 이 영향을 산업에 확산시키려는 목적으로 출발한 박람회였다. 전 세계적으로 모더니즘 디자인이 파급되는 전시회였다. 에펠탑의 맞은편에 바우하우스와 아르데코가 기묘하게 섞인 샤오궁이 세워졌다.

두 번의 박람회를 개최한 바르셀로나나 밀라노도 도시브랜드로서 성장한 좋은 케이스이다. 밀라노는 1906년 교통을 주제로 첫 박람회를 개최했던 전통을 살려, 수많은 전시회를 개최하는 도시로 성장했다. 현재 밀라노는 디자인 전시산업의 메카다. 2005년 삼성 이건희 회장이 디자인 선언을 한 곳도 밀라노다. 밀라노국제가구박람회 때는 전시장뿐 아니라 도시 전체가 축제의 장으로 변한다. 각종 전시회와 이벤트로 가득하다. 전 세계 디자인 관계자가 4월이면 밀라노로 향한다. 디자인 전시가 끝날 때쯤 되면 패션쇼를 위해 갑자기 모델들이 거리에 넘쳐 나는 것을 보는 것도 재미있는 풍경이었다.

박람회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교류하는 것을 보면 ‘메디치효과’가 생각난다. 이질적인 분야가 모여 아이디어를 내는 기업경영 방식이다. 메디치 가문은 다양한 사람들, 즉 예술가뿐 아니라 철학자, 시인, 건축가, 과학자들을 피렌체로 끌어모았다. 같은 공간에 서로 다른 생각들이 모일 때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생각과 문화가 폭발했다. 메디치 가문이 피렌체를 르네상스라는 혁신과 창조의 중심지로 만들었듯이, 전 세계 사람들이 모이고, 일상적이지 않은 전시 경험들과 대화와 문화가 교차될 때 인간의 창의력과 영감이 폭발할 것이다. 이 새로운 시대에도 인간의 창조성은 이런 만남을 통해, 전시를 통해 일어날 것이다. 부산은 MICE를 주요 산업으로 생각하고 있다. 성공적인 박람회 유치를 통해 국제적인 도시로, 인간의 창의력과 영감이 넘치는 도시로, 사람들이 모이는 도시로 성장하자. 부산의 르네상스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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