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공짜 야근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수석논설위원

야근(夜勤)을 사전에서는 퇴근 시간이 지나 밤늦게까지 하는 근무라고 정의한다. 근로기준법상 야근은 오후 10시부터 익일 오전 6시까지의 근로이다. 퇴근 시간 이후부터 오후 10시까지 근무는 ‘연장 근로’ 내지 ‘잔업’이 정확한 표현이다. 하지만 통상 연장 근로와 잔업을 포함해서 야근이라고 부른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가운데 절반이 평일 저녁이나 휴일에 초과근무를 한다. 하지만 그 중 절반 이상은 야근 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시민단체인 ‘직장갑질119’와 ‘사무금융 우분투재단’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다.

평소 평일 연장 근무나 휴일 근무 등 야근을 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직장인은 50.9%(509명)였다. 야근하는 직장인의 일주일 평균 초과 근로 시간은 6시간 이하가 53.2%, 6시간 초과 12시간 이하가 33.2%였다. 법으로 금지된 12시간 초과도 13.5%나 됐다. 초과근로 수당을 받고 있다는 응답 41.3%(210명)보다 받고 있지 않다는 응답이 58.7%(299명)로 많았다. 초과근로 수당을 받지 못한다는 응답은 비조합원(62.0%),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73.6%), 월 150만 원 미만 소득 근로자(80.0%)에서 높았다. 역시나 불공평한 세상이다.

근무 시간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인 회사에서 팀장이 오전 8시까지 출근하라고 했다. 그런데 수당이 지급되지 않자 팀원이 문제를 제기했다. 팀장은 “직장인이 회사에 일이 있으면 당연히 일찍 출근해서 일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대답해 직장갑질119에 접수되었다. 세대와 입장에 따라 생각이 다를 것이다. 공짜 야근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원인이 “현실에서 사용자는 우월적 지위에서 근로계약 체결 당시 약속한 내용을 쉽게 부정할 수 있고, 그걸 사회적으로 용인하기 때문이다”라는 분석은 새겨들을 만하다.

공짜 야근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다 〈도비문답〉을 저술한 일본 에도시대의 사상가 이시다 바이간에게까지 이르렀다. 그가 주창한 제업즉수행(諸業卽修行)은 일 자체가 수양이라는 의미다. 근면은 미덕이니 이익이 없더라도 열심히 일하라는 것이다. 그의 가르침은 당대에는 교과서이자 상식이었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공짜 야근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고 말았다는 비판도 받는다. 최근 논란이 된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주 69시간)에 대해서도 MZ세대들은 공짜 야근부터 없애 달라고 입을 모은다. 공짜 야근은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이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