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민간투자 국가산단 거제해양플랜트산단 결국 ‘없던 일로’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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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7000억 규모 추진 6년 헛심만 쓰다 무산
조선업 불황·해양플랜트 수요 부족 등 지지부진
국토부 심의 제동·환경단체·주민 반발 등도 겹쳐
특수목적법인 이달 중 해산 절차…사업 자동폐기

거제 해양플랜트산단이 들어설 예정이었던 사등면 사곡만 전경. 부산일보DB 거제 해양플랜트산단이 들어설 예정이었던 사등면 사곡만 전경. 부산일보DB

민자 1조 7000억 원 상당을 투입하기로 했던 경남 거제 해양플랜트국가산업단지 조성 사업(부산일보 2022년 10월 19일 자 10면 등 보도)이 결국 첫 삽도 못 뜨고 백지화된다. 착공 직전 국토교통부 반대에 발목이 잡혀 6년 가까이 하세월 하다, 환경영향평가 협의 효력까지 상실한 게 결정타가 됐다.

9일 거제시에 따르면 산단 조성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 ‘거제해양플랜트국가산업단지(주)’가 이달 중 법인 해산을 위한 주주총회를 연다. SPC는 국가산단 추진을 위해 설립한 민관합작법인이다. 총자본금 30억 원에, 실수요자조합인 강서산단(30%)을 중심으로 거제시(20%), SK에코플랜트·쌍용건설·대우조선해양건설(30%), 한국감정원(10%), 경남은행(10%)이 지분을 투자했다.

작년 11월 이사회에서 현시점에 사업 정상화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주주사 전원 동의로 법인 해산을 의결했다. 이후 청산인을 선임해 최근까지 채권관계 정리, 자본금을 포함한 잔여재산 분배 등 마지막 절차를 밟았다. 이번 총회에서 ’청산 결과 보고서’가 승인돼 등기까지 마치면 법인은 사라진다. 사업 주체가 없어진 해양플랜트산단 사업 역시, 자동 폐기다.

해양플랜트산단 조성 계획도. 붉은색 선이 산단 조성경계다. 부산일보DB 해양플랜트산단 조성 계획도. 붉은색 선이 산단 조성경계다. 부산일보DB

거제 해양플랜트산단은 경남도가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정부로부터 유치한 3개 특화산단 중 하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하는 기존 산단과 달리 지자체와 실수요자, 금융·건설사가 손잡고 사업비 전액을 조달하는 국내 최초의 민간 투자 방식 국가산단으로 주목받았다.

SPC는 거제시 사등면 앞바다 301만㎡를 메워 472만㎡ 규모 해양플랜트 모듈생산 특화단지를 만들기로 했다. 추정 사업비는 1조 7340억 원. 거제시는 이를 토대로 2016년 국토부에 사업 계획 승인을 요청했지만, 조선업 장기 불황에다 국제유가 급락여파로 해양플랜트 수요까지 줄면서 한동안 지지부진했다. 그러다 2017년 최대 난관 중 하나였던 공유수면매립 심의를 통과하고, 그해 환경영향평가 본안 협의까지 마무리하면서 탄력받는 듯했다.

그런데 마지막 관문이던, 국토부 중앙산업단지계획심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시 민간위원 22명 중 21명(5명 조건부)이 찬성 의견을 냈는데, 정작 국토부가 반대했다. △대기업 참여 △실수요 기업 유치 △신뢰할 만한 자금조달 계획이 없다는 이유였다. 100% 민자 사업인 만큼보다 확실한 담보가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여기에 대규모 바다 매립에 따른 해양생태계 파괴를 우려한 환경단체의 거센 반발도 부담이 됐다.

‘설왕설래’하는 사이 사업은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2017년 7월 완료한 환경영향평가 본안 협의 기한 만료가 목전에 닿았다. 관련 법은 사업계획 확정한 후 5년 내 착공하지 않을 경우,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거제시와 지역 정치권이 나섰지만 역부족. 결국 실효 처리됐다.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과 사곡만지키기대책위원회 회원들이 대규모 매립반대 집회을 진행하고 있다. 부산일보DB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과 사곡만지키기대책위원회 회원들이 대규모 매립반대 집회을 진행하고 있다. 부산일보DB

거제시는 사업 지연에 따른 피로감, 사회적갈등 비용 등을 고려해 더는 시간을 끌 수 없다고 판단, 출구전략 찾기에 나섰다. 실제 예정지 일대가 수년째 토지거래허가 제한구역으로 묶이면서 재산권 행사에 걸림돌이 됐다. 또 도시가스 인입이나 학생 통학로 등 실생활과 밀접한 민생 현안까지 덩달아 지연되자 시의회도 ‘희망고문’이라며 집행부의 과감한 결단을 주문했다.

거제시 관계자는 “강서산단이 부담한 용역비 46억 원에 대한 분담 문제는 정관에 따라 처리하기로 해 거제시 투자금 손실은 없다”면서 “(해산)총회 날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4월 중 모든 (해산)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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