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복순’ 변성현 감독 “전도연 씨는 승부욕 강한 완벽한 배우”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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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맘 킬러’ 내세운 액션물
넷플릭스 ‘비영화권 영화 1위’
“모녀 대사 위해 전 씨 집 방문”
설경구와 작업 더 해볼 생각

변성현 감독이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으로 전 세계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변성현 감독이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으로 전 세계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전도연 씨는 완벽한 배우에요.”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으로 올해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다녀온 변성현 감독의 말이다. 전작 ‘불한당’에서 두 남자의 진한 우정을 그렸던 변 감독은 이번엔 여성 킬러를 내세워 시원한 액션을 보여준다. 신작의 주연은 전도연과 설경구. 충무로를 이끄는 대표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변 감독은 “내게 전도연 씨는 만날 수 없는 용이나 해태 같은 존재였다”며 “첫 만남 때 손을 떨었던 기억이 난다”고 웃었다.

이 영화는 전설적인 킬러이자 싱글맘인 길복순이 회사와 재계약을 앞두고 피할 수 없는 대결에 휘말리는 일을 그린다. 올해 베를린 영화제에 공식 초청돼 최초 상영됐다. 지난달 31일 공개된 후 3일 만에 넷플릭스 비영어권 영화 부문 1위에 올랐다. 변 감독은 “집에 있다 보니 영화의 인기가 피부로 와닿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는 “그런데 미국 쪽에서 시나리오 제안이 왔다”면서 “‘길복순’이 잘되고 있는 것 같아 안도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전에 미국에서 드라마 제안을 받은 적은 있는데 영화는 처음이에요. 이번에 제안 받은 작품이 다 영어로 되어 있더라고요. 이제야 보는 법을 터득한 상태예요.”

영화 ‘길복순’ 스틸 컷. 넷플릭스 제공 영화 ‘길복순’ 스틸 컷. 넷플릭스 제공
영화 ‘길복순’ 스틸 컷. 넷플릭스 제공 영화 ‘길복순’ 스틸 컷. 넷플릭스 제공

변 감독은 전도연을 ‘승부욕 강한 배우’라고 했다. 그는 “몸이 힘든 상태에서 새로운 디렉팅을 해도 그걸 해내시더라”며 “만난 사람 중 승부욕이 가장 강한 사람”이라고 했다. 특별한 경험도 했다고. 감독은 “전도연의 집을 직접 방문해 엄마로서 그의 모습을 주의 깊게 지켜봤다”고 했다. 그는 “우리 영화가 엄마와 딸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며 “모녀의 대사를 어떻게 써야 할까 궁금했는데 저를 집으로 초대해주셨다”고 말했다. 그는 “엄마인 전도연과 그 딸의 모습을 지켜봤다”면서 “그 이후에도 몇 번 집을 방문했다”고 했다.

설경구와는 전작 ‘불한당’ ‘킹메이커’에 이어 다시 한번 호흡을 맞췄다. 그는 “가끔 인터넷에 ‘설경구와 변성현 조합을 그만 보고 싶다’는 글이 올라오는 걸로 안다”며 “제가 청개구리 심보가 있어서 그런지 좀 더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많은 분이 설경구 씨의 대표작으로 ‘박하사탕’을 이야기하세요. 그런데 저는 ‘오아시스’를 보고 더 놀랐던 기억이 나요. 제가 시나리오 쓸 능력이 된다면 ‘오아시스’의 홍종두 캐릭터와 같지만 다른 인물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이 영화는 공개 후 일부 시청자 사이에서 지역 차별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킬러들이 미션을 받는 봉투에 서울은 ‘한국’으로, 순천은 ‘전라(도)’로 표기돼 있어서다. 변 감독은 “그 지역을 선택한 것도 내가 한 게 아니”라며 “억울한 마음이 들더라”고 했다. 그는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걸 꼭 말씀드리고 싶다”면서 “이 영화는 전도연 배우가 주축이 된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전도연 씨가 액션이라는 큰 도전을 했는데 제가 그 도전을 물거품으로 만든 것 같아서 자책감이 들었어요. 전작인 ‘킹메이커’에서 지역감정을 비판적으로 그렸는데 이번 작품이 그런 논란에 휩싸였네요. 저는 그런 성향과 반대인 사람입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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