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물류는 서비스, 서비스는 신용 최우선… 신뢰 지켰죠”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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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호 세주인터내셔날 대표

부산 본사 물류 포워딩 업체 운영
중동서 물류업 눈떠 귀국 후 운송사업
지금 물류업계 기 살려 줘야 할 시점

“화주와의 약속, 신뢰로 결국 지켜냈죠!”

세주인터내셔날 강창호 대표는 올 초 힘들었던 화물연대 파업 사태를 이렇게 기억한다. 1999년 설립된 세주인터내셔날은 부산에 본사를 둔 대표적인 물류 포워딩 전문업체. 화주가 원하는 화물을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까지 무사히 전해야 하는 게 이들의 숙명이다.

해가 바뀌자마자 부산항을 막아선 화물연대의 파업은 부산의 상공계 전체를 곤혹스럽게 했다. 집단적인 이들의 움직임에 겁을 먹고 아예 항만 진입을 포기한 업체도 있었다. 그러나 세주인터내셔날은 어떻게서든 새벽마다 항구로 차량을 밀어 넣었고, 화주와의 약속을 지켜냈다.

‘물류는 서비스이고, 서비스는 신용이 최우선’이라는 게 강 대표의 철학이다. 그는 “24시간 생산 라인을 갖춘 공장은 우리 같은 물류회사가 원자재를 제때 공급하지 못하면 막대한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며 “이들의 사정을 약점 삼아 ‘단 1개의 컨테이너도 항구를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파업은 정상적인 쟁의행위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강 대표는 물류업계에서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성장해 온 ‘베테랑’이다. 강서구 명지동에서 태어나 1980년대 초 군 전역을 한 그는 발길을 사우디아라비아로 돌렸다. 한창 중동 건설 붐이 불던 시절이었다. 2년 동안 열사의 땅에서 건설 중장비 기능직 관리사로 일한 덕에 물류업에 눈을 떴다고 했다.

강 대표는 한국으로 돌아와 곧장 화물차 운전대부터 잡았다. 그는 “이국만리에서 여러 장비 다 접해 보니 한국 와서는 내 개인 차량 욕심이 나서 운송사업자가 됐다”며 “열심히만 살면 차 할부금 정도는 금방 갚아지던 그런 시절이었다”고 회상했다.

차근차근 다져온 강 대표의 관록과 뚝심이 화물연대의 파업에서 더 빛을 발했다. 강 대표는 “요즘은 ‘세주가 어려운 상황에서 공장을 돌아가게 해줘서 감동했다’는 이야기를 거래처에서 많이 듣고 있고, 입소문이 나서 영업도 덩달아 잘 풀리고 있다”며 웃었다.

세주인터내셔날은 2011년 해외법인 세주재팬을 설립하고, 국내에서는 내륙 운송을 위해 운송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국가별 파트너로 구축된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항공·해상운송, 통관, 보관 등 다양한 물류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 가운데서도 세주인터네셔날이 주력하는 건 주류 수출이다. 특히, 동남아 쪽으로 물량 비중이 높다. 최근에는 한류 바람을 타면서 동남아에도 한국 술이 잘 나가고 있다는 게 강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일반적으로 열대 기후의 국가들은 독한 술을 마시지 않는데 도수를 낮춘 한국 술이 한류 바람을 타면서 수출이 꽤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세주인터내셔날의 사정과 달리 물류업계는 전반적으로 많이 위축된 상태다. 국제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오른 데다 이웃 중국의 한한령 영향이 이어진 탓이다.

강 대표는 “코로나가 막을 내리고 세계 물류가 다시 꿈틀대는 시점인 만큼 공정위가 나서 선사 요금 등을 체크하고 물류업계의 기를 살려줘야 할 시점”이라며 “선사들이 저렴한 운임으로 수송편을 제공할 수 있어야 우리 같은 수출 일꾼들이 다시 부지런히 일을 한다”고 강조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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