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미 하원 의장, 미국서 첫 만남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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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잉원, 매카시 접견 뒤 기자회견
매카시 “대만에 미제 무기 판매 지속”
중국 “결연하고 강력한 조치 하겠다”

차이잉원(왼쪽) 대만 총통과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이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널드 레이건 도서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대만 총통과 미국 하원의장이 미국에서 공식적으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차이잉원(왼쪽) 대만 총통과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이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널드 레이건 도서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대만 총통과 미국 하원의장이 미국에서 공식적으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대만 총통과 미국 하원의장이 미국 땅에서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만나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중국은 크게 반발하며 “결연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5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에서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을 만났다. 매카시 하원의장은 차이 총통을 환대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은 1979년 미국과 대만이 단교한 이후 미국 땅에서 열린 양국간 최고위급 회동이라고 전했다. 미국에서 하원의장은 권력 서열 3위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국제적으로 ‘하나의 중국’만 인정하라는 중국의 요구에 따라 대만과 단교하는 조처를 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후에도 ‘대만관계법’을 토대로 대만과 실질적인 외교관계를 유지했다. 대만관계법은 대만의 자위력 유지를 위해 대만에 대한 방어적 성격의 무기 제공, 대만 고위인사의 방미 허용 등을 규정하고 있다.

차이 총통은 지난달 29일부터 9박10일 일정으로 미국을 경유하는 중앙아메리카 2개국 순방길에 올랐다. 뉴욕을 경유해 중미 수교국 과테말라와 벨리즈를 방문한 뒤 귀국길에 미국 캘리포니아에 들렀다. 매카시 의장은 차이 총통을 만난 뒤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가 제때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공화당 소속인 매카시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대만과의 우정과 연대를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매카시 의장은 “우리는 대만에 무기 판매를 지속해야 한다”며 “그런 판매가 아주 적시에 도달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카시 의장은 또 “대만 국민에 대한 미국의 지지는 확고하고 흔들림 없이, 초당적으로 남아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특히 무역과 기술 분야에서 경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대만과 미국 국민의 우정은 자유세계에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그것은 경제적 자유와 평화, 지역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중대하다”고 말했다. 매카시 의장은 또 “현재 대만을 방문할 계획은 없다”면서 “중국은 내가 어디를 갈 수 있는지, 누구를 만날 수 있는지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차이 총통은 이날 참석한 미 의원들에게 거듭 감사를 표한 뒤 “이들의 흔들림 없는 지지는 대만 국민에게 우리가 고립돼 있지 않고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확인시켜준다”고 말했다. 이어 “평화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더 강해져야 한다”며 “우리가 함께일 때 더 강하다는 것을 덧붙이고 싶다”고 했다.

차이 총통의 미국 방문과 하원의장 회동에 중국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6일 발표한 대변인 담화에서 “미국과 대만이 유착해 행한 엄중하게 잘못된 행동을 겨냥해 중국 측은 앞으로 결연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해 국가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수호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중국은 지난 4일에도 외교부 대변인 정례브리핑을 통해 “미국 측이 차이잉원의 경유 형식 방미와 미국 정부 3인자인 매카시 하원의장과 차이잉원의 만남을 안배하는 데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대만 중앙통신에 따르면 전날 중국군 항모 산둥함 전단이 대만 동남부 해역을 거쳐 항행 훈련을 벌였다. 또 대만과 마주한 중국 푸젠성 해사국은 대만 해협 북부와 중부에서 합동 순항·순찰 작전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해 8월 당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에도 대만섬을 포위하는 대규모 실사격 훈련을 하고, 군용기를 연일 대만해협 중간선과 대만의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시키는 등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당시 미 하원의장으로는 25년 만에 대만을 방문했다. 연합뉴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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