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무대 연 부산 연극 축제…“전용 극장 탄생 노력하겠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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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회 부산연극제 개막식

“시민과 함께 즐기는 축제로”
숙원 사업 ‘연극 전용 극장”
부산시 축사에서 언급 ‘주목’

개막작 극단 동녘의 ‘1945’
‘모이다’ 주제 43일 여정 출항

지난 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열린 제41회 부산연극제 개막식. 부산연극제 제공 지난 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열린 제41회 부산연극제 개막식. 부산연극제 제공

부산연극제가 개막을 알리는 연극과 공연을 선보이며 본격적인 여정을 시작했다. 개막작 ‘1945’는 해방 직후 만주에서 조선으로 향하려는 사람들 이야기를 그려 큰 박수를 받았다. 부산시는 ‘연극 전용 극장’ 건립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한국연극협회 부산지회(부산연극협회)는 지난 7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제41회 부산연극제 개막식을 했다. 부산연극제 측은 “올해부터 대한민국 연극제 출전 자격을 겨루는 경연 위주에서 탈피해 부산 시민과 함께 즐기는 연극 축제로 변화한다”며 “역대 최대 규모로 32팀에서 400명에 육박하는 예술인이 참여한다”고 강조했다.

김문홍, 허은, 박찬영 등 연극계 원로들과 손병태 부산국제연극제 집행위원장, 고인범 부산축제조직위원회 위원장 등이 개막식에 참석했다. 부산 미술·연예·영화·무용계 인사뿐 아니라 부산시의회와 남구의회 의원 등도 자리를 찾았다.

안병윤 부산시 행정부시장이 제41회 부산연극제 개막식에서 “부산에 연극 전용 극장이 탄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연극제 제공 안병윤 부산시 행정부시장이 제41회 부산연극제 개막식에서 “부산에 연극 전용 극장이 탄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연극제 제공
제41회 부산연극제 개막 선언에 나선 이정남 부산연극협회 회장. 부산연극제 제공 제41회 부산연극제 개막 선언에 나선 이정남 부산연극협회 회장. 부산연극제 제공

부산에 없는 연극 전용 극장 건립이 가장 큰 화두였다. 부산은 그동안 제대로 된 전용 극장 없이 연극인들이 고군분투한 지역(부산일보 2022년 11월 25일 자 15면 보도)으로 꼽힌다.

축사에 나선 안병윤 부산시 행정부시장은 “부산은 2030 월드엑스포 유치를 통해 홍콩이나 싱가포르를 넘어서는 글로벌 도시를 지향한다”며 “부산에 연극 전용 극장이 탄생하고 시민이 연극을 더 즐기는 날이 빨리 올 수 있도록 부산시에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뒤이어 축사를 한 손정우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은 “연극 전용 극장 꼭 실현해 주시길 기대한다”고 반응했다. 그는 “부산은 한강 이남 연극의 축으로 젊은 연극인이 많이 활동하는 지역”이라며 “공연 예술 문화를 전 세계에 실어 나르는 허브항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오은택 남구청장도 “뮤지컬 전용 극장 ‘드림씨어터’가 남구에 있다”며 “연극 전용 극장도 남구에 유치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축사를 시작해 웃음을 자아냈다.

제41회 부산연극제 개막작인 ‘1945’ 한 장면. 부산연극제 제공 제41회 부산연극제 개막작인 ‘1945’ 한 장면. 부산연극제 제공
제41회 부산연극제 개막작인 ‘1945’ 한 장면. 부산연극제 제공 제41회 부산연극제 개막작인 ‘1945’ 한 장면. 부산연극제 제공

부산연극협회 이정남 회장이 개막 선언을 한 이후 연극 ‘1945’가 관객을 만났다. 극단 동녘이 준비한 작품은 1945년 해방 직후 만주 지역에 있던 조선인·일본인·중국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펼치는 이야기다. 올해 6월 제주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연극제에 부산 대표로 출전하는 작품이다.

연극은 조선인 명숙과 일본인 미즈코가 만주 구제소에 도착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오갈 데 없는 그들은 조선으로 향하기로 하고, 조선인들과 함께 떡 장사까지 하며 희망을 꿈꾼다. 가난과 전염병이 퍼지고 누군가 죽어가는 상황에서 그들은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모두의 비밀을 엿듣는 어린 자매 숙이와 덕이가 순수한 모습을 보이며 무거운 주제를 흥미롭게 풀어나갔다.

그런데 조선행 기차를 타기 전날 명숙과 미즈코의 비밀이 알려진다. 미즈코가 일본인임을 숨기기 위해 ‘말을 못 하는 조선인 미숙’인 척하고, 명숙과 함께 위안소 생활을 했던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된 것이다. 그들은 결국 갈등에 빠지는 모습으로 극은 전개된다.

제41회 부산연극제 개막식에 앞서 국악 축하공연이 열리고 있다. 부산연극제 제공 제41회 부산연극제 개막식에 앞서 국악 축하공연이 열리고 있다. 부산연극제 제공
제41회 부산연극제 개막식에 앞서 뮤지컬 넘버를 부른 축하공연이 열리고 있다. 부산연극제 제공 제41회 부산연극제 개막식에 앞서 뮤지컬 넘버를 부른 축하공연이 열리고 있다. 부산연극제 제공

해방 직후 조선 밖 사람들 이야기를 그린 연극이 끝나자 관객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개막작 ‘1945’는 8일에도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무대에도 올랐다. 하늘연극장 앞에서는 지난 7일 개막식 전 국악 공연과 뮤지컬 갈라쇼 등 축하공연이 열리기도 했다.

올해 ‘모이다’가 주제인 부산연극제는 다음 달 19일까지 43일간 이어진다. ‘부산(BUSAN)’을 상징하는 B(Base-베이스), U(Unique-유니크), S(Social-소셜), A(All-올), N(Noise-노이즈) 섹션으로 프로그램이 나뉜다.

B, U 섹션에서는 부산을 대표하는 14개 극단과 5개 신진 단체가 연극을 선보인다. 남구 용천지랄소극장, 하늘바람소극장, 나다소극장과 수영구 소극장6번출구 무대에서 이틀씩 연극을 만나볼 수 있다. S, A 섹션에는 전국 예술가가 참여하는 ‘온라인 독백대회’뿐 아니라 ‘부산 시민 공연예술축제’와 세미나·토론회가 포함됐다. 개·폐막식은 N 섹션으로 분류됐다.

B 섹션은 통합관람권이 10만 원이고, 14개 작품을 각각 2만 원에 볼 수 있다. 섹션 U, S, A, N은 모두 무료다. 자세한 일정과 정보는 부산연극협회가 안내하고 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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