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타이머’ 도입 MLB, 31분 빨라졌다… 한국은?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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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 없을 경우 15초 내 투구
주자 있을 땐 20초 제한 적용
평균 경기시간 2시간 38분 걸려
“수비하는 시간 빠르게 지나가”
선수·코치진 대체로 규정 만족
올 시즌 KBO는 3시간 13분
빠른 진행 위해 본격 논의 필요

미국프로야구 2023시즌 개막전이 열린 지난달 31일(한국시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맞붙은 LA 에인절스의 오타니 쇼헤이가 4회 타석에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오타니 오른쪽에 있는 피치 타이머가 10초를 가리키고 있다. AP연합뉴스연합뉴스 미국프로야구 2023시즌 개막전이 열린 지난달 31일(한국시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맞붙은 LA 에인절스의 오타니 쇼헤이가 4회 타석에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오타니 오른쪽에 있는 피치 타이머가 10초를 가리키고 있다. AP연합뉴스연합뉴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가 ‘투구 제한 시간’(피치 타이머·피치 클록) 규정 도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3시간을 넘어가던 평균 경기시간(9이닝 기준)이 피치 타이머 도입 이후 획기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프로야구(KBO) 리그에도 피치 타이머 도입 논의가 빨라질 전망이다.

미국 AP통신은 11일(한국시간) 2023시즌 MLB의 평균 경기시간이 지난 시즌 같은 기간에 비해 31분이나 단축됐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31일 개막한 MLB는 10일까지 11일 동안 총 141경기를 치른 결과 평균 경기시간이 2시간 38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인 3시간 9분보다 31분 줄어든 것이다. MLB 통계 전문 사이트인 ‘베이스볼 레퍼런스’에 따르면 MLB 평균 경기시간은 2012시즌 이후 11시즌 동안 모두 3시간을 넘겼다.

MLB는 올 시즌 피치 타이머를 전격 도입하며 경기시간 단축에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야구 통계 전문 사이트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2020시즌부터 지난해까지 공을 총 500개 이상 던진 투수 중 무주자 상황에서 15초 이내에 투구한 선수는 전체 483명 중 23명(4.8%)에 불과했다.

올 시즌 MLB 투수들은 주자가 없을 때는 15초, 주자가 있을 경우엔 20초 이내에 투구 동작에 들어가야 한다. 만약 규정 시간을 초과할 경우 심판은 볼을 선언하게 된다. 투수에게 시간을 알려 주는 타이머는 홈 플레이트 뒤에 설치돼 있다. 타자 역시 투구 제한 시간 8초 전까지 두 발을 타석 안에 둬야 한다. 타자가 규정을 어기면 자동 스트라이크 판정이 내려진다.

피치 타이머 도입 후 일부 선수들은 이 규정을 지키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는 지난 6일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경기에서 투수와 타자로 각각 한 번씩 피치 타이머 규정 위반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경기가 거듭되면서 선수와 코치진 모두 대체로 빨라진 경기 진행 속도에 만족하고 있다. 테리 프랑코나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감독은 “새 규칙이 경기하는 데 별다른 방해가 되지 않는다”며 “여러 가지 효과가 있다면 새로운 규칙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콜로라도 로키스 내야수 CJ 크론은 “이런 경험은 처음인데 수비할 때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KBO 사무국 역시 KBO리그 경기의 박진감을 더하기 위해 ‘스피드업 규정’을 수차례 강화하고 있다. KBO 사무국은 올 시즌 평균 경기시간 3시간 5분을 목표로 정하고 경기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도록 독려하고 있다.

KBO 사무국은 감독 또는 코치, 선수가 마운드에 방문할 때 방문 시간을 30초로 제한한다. 또 투수가 12초 안에 투구하지 않으면 경고 없이 곧바로 볼 판정을 받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MLB처럼 경기장에 타이머를 배치하고 있지는 않다.

KBO 사무국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올 시즌 치른 34경기(9이닝 기준)에서의 평균 경기시간은 3시간 13분이다. 연장 경기를 포함할 경우 3시간 19분으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KBO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를 중심으로 좀 더 박진감 있는 야구 경기 진행을 위해 스피드업 규정 강화와 함께 피치 타이머 도입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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