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사람이 벚나무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신정민(1961~ )
(상략)
그가 걸어 들어간 벚나무 아래서
내 안에 내리고 있는 새벽 빗소리를 들었다
질 나쁜 종이에 연필심 긁히는 소리
전국의 벚꽃 개화 시기가 조금씩 달랐던 건
사람들이 집을 떠난 시간이 달랐기 때문이다
내가 죽어도 가로수로 서 있을 사람
혹여 누군가 활과 화살을 만들기 위해 이 나무를 베어낸다 할지라도
바람에 날리는 우수
누구에게나 한번쯤 있었던 화려한 시절
짧아서 아름다웠던 생
바구니를 메고 있는 새벽이 벚나무에서 빠져나오고 있었다
-시집 〈저녁은 안녕이란 인사를 하지 않는다〉(2019) 중에서
비 개인 후 벚꽃들이 거의 떨어졌다. 봄날은 간다. 시인은 이제 ‘사람이 벚나무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다. 꽃잎이 가는 시간은 시인의 시구처럼 ‘
질 나쁜 종이에 연필심 긁히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