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타’ 벽 완화 첫발, 균형발전 걸림돌 뿌리 뽑아야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13일 국회 소위, 기준 하향 만장일치 의결
지방의 국가 재정 사업, 장벽 되어선 안 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13일 경제재정소위를 열고 사회기반시설(SOC)과 국가연구개발사업(R&D)의 예타 면제 기준을 총사업비 500억 원에서 1000억 원으로 올리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여야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작년 4월 동남권관문공항추진 부울경범시민운동본부 등 PK지역 6개 시민단체가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국토교통부의 가덕신공항 사전타당성조사 용역 결과에 반발하는 모습. 부산일보DB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13일 경제재정소위를 열고 사회기반시설(SOC)과 국가연구개발사업(R&D)의 예타 면제 기준을 총사업비 500억 원에서 1000억 원으로 올리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여야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작년 4월 동남권관문공항추진 부울경범시민운동본부 등 PK지역 6개 시민단체가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국토교통부의 가덕신공항 사전타당성조사 용역 결과에 반발하는 모습. 부산일보DB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 수백억 원의 국가 재정이 들어가는 신규 공공투자 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번번이 발목을 잡았던 예비타당성 조사(예타)의 면제 기준을 완화하는 법안이 국회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12일 경제재정소위를 열고 사회기반시설(SOC)과 국가연구개발사업(R&D)의 예타 면제 기준을 총사업비 500억 원에서 1000억 원으로 올리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여야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예타 면제 기준이 완화되는 것은 제도 도입 이후 24년 만이다. 아직 법안 확정까지 절차가 더 남았지만, 소위에서 만장일치로 의결된 만큼 본회의 통과는 별문제가 없으리라 기대된다.

1999년 국가 재정 사업의 타당성을 사전 검증하기 위해 도입된 예타 제도는 본 취지와 달리 오히려 지방의 국책 사업을 막는 진입장벽 구실을 해 왔다. 특히 경제성(B/C) 평가를 중요시하면서 결정적으로 국가 재정의 수도권 편중 현상을 한층 고착했다. 아무리 동일한 기반시설 사업이라도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과 소멸 중인 지방의 예타 결과는 애초부터 다를 수밖에 없다. 이를 놔둔 채 기계적인 평가에만 매몰되니, 예타가 수도권엔 ‘마법의 방망이’, 지방엔 넘을 수 없는 ‘통곡의 벽’이라는 말이 이상하지 않게 됐다. 그동안 예타 앞에서 수많은 비애를 맛본 지방이 왜 그토록 기준 완화를 요구해 왔는지 이해하고도 남는다.

실제로 수도권과 지방의 예타 통과 사업 규모는 비교할 수조차 없다. 조사 기관을 떠나 압도적인 수도권 비중은 대동소이하다. 부산만 해도 최근 20년간 국토부 소관 예타 면제가 거의 없었음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이번 소위의 예타 완화 의결 이후 수도권 언론들은 일제히 총선용, 포퓰리즘 등을 거론하며 비판 일색이다. 선심성 사업의 남발에 따른 재정 부담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수도권이 늘 지방의 사업에 어깃장을 놓을 때마다 꺼내는 논리다. 예타로 지방의 국가 재정 사업은 매번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고, 그 여파로 국가균형발전은 갈수록 뒷걸음질 치는 악순환은 안중에도 없는 게 이들이다.

예타 기준 완화가 국회 소위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의결된 이상 균형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은 하루빨리, 그리고 완벽하게 제거돼야 한다. 일부에선 예타 면제 기준이 높아져도 물가가 올라 실제 혜택은 소수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그게 문제는 아니다. 24년 만에 예타의 높은 벽이 조금이나마 낮아지게 됐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이를 계기로 지역균형발전 항목의 배점 강화 등 앞으로 제도 업데이트가 계속 이뤄져야 한다. 선심성 사업의 남발이야 당연히 경계 대상이지만, 그동안 예타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감안하면 이를 바로잡는 일은 절박한 지방소멸, 나아가 국가소멸까지 예방하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