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망치 동원한 상습 층간소음… ‘음향 스토킹’ 중범죄로 엄벌 [사건의 재구성]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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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 등으로 종일 천장 두드려
경범죄 최대 처벌은 벌금 그쳐
신고 앙심, 괴롭힘 점점 심해져
스토킹처벌법 시행 상황 급반전
징역 1년 6개월에 벌금도 선고
"노부부 피해 감안해 실형 선고"

70대 노부부는 밤낮 없이 울려대는 층간소음 탓에 7년간 하루도 편히 잠자리에 들어본 적이 없다. 윗집이 아닌 아랫집에서 맹렬하게 만들어져 울리는 굉음이었다. 아랫집 남자는 하루 종일 고무망치나 막대기로 천장과 벽을 치더니 나중에는 급기야 우퍼 스피커까지 천장에 매달았다. 고문과도 같은 소음에 노부부의 일상생활은 박탈당했다.

60대였던 아랫집 남자 A 씨는 윗집에서 먼저 심각한 층간소음을 냈고, 이를 보복하기 위해 이런 짓을 벌인다고 주장했다.

피해자인 B 씨는 “10여 년 전 자녀가 출가하고 노부부 둘이 사는 집에 무슨 심각한 층간소음이 있겠느냐”며 “결백함을 증명하기 위해 홈 카메라를 설치하고 둘이서만 산다는 가족관계증명서까지 떼서 제출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B 씨는 A 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이는 A 씨의 층간소음을 부채질만 한 꼴이 됐다. 앙심을 품은 듯 A 씨의 층간소음은 더욱 심해졌다.

한 달에 수십 차례 경찰에 신고한 적도 있었지만, 별다른 소용이 없었다. 층간소음을 처벌할 유일한 규정은 경범죄 처벌법이었고, 층간소음 유발로 인한 최대 벌금형은 50만 원이었기 때문이다.

경찰도 B 씨의 피해를 확인해 A 씨를 입건했으나, 그럴 때마다 벌금을 매기는 게 전부였다.

그러고 나면 A 씨의 층간소음은 한층 심해졌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B 씨 부부의 괴로움을 십분 이해하던 경찰도 뾰족한 수가 없었다.

하지만 2021년 10월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되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이 법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글, 말, 음향, 영상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 등을 엄격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음향에 해당하는 층간소음도 스토킹 처벌법의 범주에 들어간다.

부산 사상경찰서 관계자는 “악의적으로 지속·반복적인 층간소음을 유발하는 A 씨의 행위를 스토킹 범죄로 판단하고 CCTV를 설치하는 등 관련 증거 확보에 심혈을 기울였다”며 “A 씨가 ‘자신도 피해자’라며 제출한 자료 중에는 윗집의 소음을 자신이 꾸며내는 부분도 일부 있었다. 악질적인 층간소음은 스토킹 범죄에 해당한다는 이례적 사례”라고 말했다.

경찰은 A 씨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로 송치했고 A 씨는 결국 법정에 서게 됐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2단독 백광균 판사는 스토킹 처벌법 위반, 경범죄 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벌금 10만 원을 선고했다.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120시간 이수도 명령했다.

A 씨는 2021년 11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자신의 주거지에서 고무망치로 벽이나 천장을 치는 등 140차례에 걸쳐 윗집을 향해 지속·반복적으로 층간소음을 낸 혐의를 받았다. 판결문에 명시된 피해 기간은 스토킹 처벌법 이후인 6개월 남짓이지만, 법원은 그간 노부부가 겪었던 피해를 헤아려 실형을 선고했다. 당초 검찰은 A 씨에 대해 징역 1년을 구형했지만, 1심 법원은 이례적으로 구형보다 높은 형을 내렸다.

백 판사는 “A 씨는 오로지 소음 유발을 위해 일부러 도구를 제작, 사용하는 등 수년간 피해자 부부가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끊임없이 소음을 일으켰다”며 “이 사건의 수사, 기소, 잠정조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범행 대부분을 부인하며 같은 짓을 지속·반복하고 있다. 피고인이 범행을 그만둘 가능성은 진작에 ‘0’으로 수렴해버렸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A 씨는 1심 선고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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