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마약 다 취급”…수감 중 ‘전세계’ 여전히 암흑세계서 ‘큰손’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전세계 통해 국내 마약 유통한 3명 구속
밀반입돼 있던 마약 던지기, 또 던지기
엑스터시 100정 등 국내 판매책에 넘겨
수감 중 휴대전화 사용 “조사해봐야 확인”


마약왕 전세계와 텔레그램 대화 내용. 경남경찰청 제공 마약왕 전세계와 텔레그램 대화 내용. 경남경찰청 제공

“세상에 존재하는 마약은 전부 다 취급한다.”

텔레그램 닉네임 ‘마약왕 전세계’로 국내 마약 유통 총책으로 불리는 박왕열(45) 씨가 국내 마약 판매책들에게 한 말이다. 한국인 3명을 살해해 60년을 선고받고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된 박 씨는 여전히 국내 마약 공급·유통에 ‘큰손’으로 활동하고 있다.

경남경찰청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20대 A 씨 등 3명을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들은 2023년 1월부터 2월 사이 소위 던지기(은밀한 장소 등에 마약을 숨기면 구매자가 찾아가는) 수법으로 엑스터시 100정과 필로폰 10g을 국내 중간 판매책 등에게 두 차례에 걸쳐 600만 원(도매가)에 판 혐의를 받고 있다. 시중 판매 시 소매가격은 약 5300만 원 정도로 추정된다.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박 씨로부터 엑스터시 1470여 정 등 마약을 확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3명에게도 ‘좌표(은밀한 장소)’를 찍고 던지기하는 수법으로 전달했다. 경찰은 2~3일 만에 공급된 것으로 보아 이미 국내로 밀반입돼 보관 중이던 마약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A 씨가 필리핀 교도소를 찾아 박 씨를 면회, 범행을 공모했다. 애초 지인 사이여서 면회가 가능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텔레그램 메시지와 영상통화 등으로 지속해서 소통하며 범행 지시를 주고받았다. “난 물건 10개씩 안 팔어, 기본 키로 이상 주문만 받아” “품목은, 세상의 존재하는 마약 전부다” 등 대화가 오갔다.

교도소에 수감 중인 박 씨가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 사용할 수 있었던 점에 대해 경찰은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겠다”고 말했다. 현재 박 씨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법무부·경찰청과 협조해 국내 송환 절차를 밟고 있다.


마약왕 전세계와 텔레그램 메시지 내용. 경남경찰청 제공 마약왕 전세계와 텔레그램 메시지 내용. 경남경찰청 제공

앞서 경남경찰청은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 씨 등 유명인에게 마약을 공급한 ‘바티칸 킹덤’ B 씨(20대)를 검거하면서 이미 박 씨를 국내로 송환해달라고 요청해둔 상황이었다. 또 2016년 10월께 필리핀 팜팡가주의 한 마을 인근 사탕수수밭에서 한국인 남녀 3명을 총살해 시체를 유기한 혐의(다량살인)로 지난해 5월 장기 60년(단기 57년 4개월) 징역형을 확정한 바 있다.

현재도 텔레그램 대화명을 바꿔가며 국내로 마약을 유통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조직적이고 지능화되는 마약류 범죄에 대한 수사기법 개발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추적·검거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