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백종원과 K술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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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논설위원

중국 고량주, 일본 사케, 러시아 보드카, 멕시코 테킬라. 각국을 대표하는 술이다. 우리 술로는 막걸리와 소주가 떠오르지만 솔직히 2% 부족한 느낌이 든다. 가성비 좋은 수입 맥주는 일상으로 파고들고 있다. 중·장년층에서는 와인, MZ세대에서는 의외로 위스키가 큰 인기를 얻어 가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국내 주류 수출액 3979억 원, 수입액 1조 7219억 원으로 무역수지는 1조 324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요즘 K팝·K무비는 물론이고 한식까지 세계인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한국 술은 언제까지 집구석에만 머물 것인가.

해결사로 ‘백 선생’이 나섰다. 국세청이 외식경영 전문가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손잡고 K술을 앞세워 글로벌 주류 시장 개척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국세청은 11일 국내 전통주 및 중소 주류 제조업체의 수출 지원을 위한 민관 합동 ‘K리커 수출지원협의회’를 발족했다. 박성기 막걸리수출협의회장과 정재수 국세청 법인납세국장이 공동단장이다. 백 대표와 김창수 김창수위스키증류소 대표, 이화선 우리술문화원장이 자문단으로 합류했다. 대한민국 술 브랜드 대국민 공모전을 열고, 자문단이 경영에 문제를 겪는 전통주 제조업체를 직접 찾아 컨설팅하는 ‘찾아가는 서비스’도 시작한다니 그림이 그려진다.

조선 시대엔 문헌에 기록된 전통주만 400여 종이 있었다. 기록되지 않은 것까지 합치면 1000종이 넘을 것이라고 한다. 집집마다 술을 빚던 가양주 문화가 사라진 건 일제의 탄압 때문이었다. 일제는 1905년 을사늑약 강제 체결 이후 전통주에 세금을 매기기 시작했다. 1909년 주세법, 1916년 주세령으로 수위를 높이더니, 1934년 가양주 제조 면허 폐지로 전통주의 싹을 자르고 말았다. 술꾼의 한 사람으로서 일본의 과거 만행을 규탄한다!

최근 새로운 양조장과 전통주가 속속 탄생하고 있다. 현재까지 발급된 지역특산주 면허만 1400건에 달할 정도다. 〈부산일보〉도 올해부터 ‘술도락맛홀릭’ 기획시리즈를 통해 부울경의 전통주 양조장을 탐방해 지역의 맛과 가치를 재조명하고 있다. ‘감천막걸리’, ‘동래아들’, ‘부산낮술·부산밤술’ 등은 지역을 알리는 관광기념품으로도 맹활약 중이다. 소주는 빨리 취하기 위한 싸구려 술, 막걸리는 단기간 발효로 술의 향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다. 국내에 위스키 증류소는 두 곳밖에 없다. 백 선생을 비롯한 술 전문가들이 세계인을 사로잡을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부산의 술도 K바람을 타고 세계로 뻗어 가길 기대한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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