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원가 파고든 '마약 음료' 공포, 어쩌다 이 지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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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대 마약 사범 전체의 34%
정부기관 합심해서 전쟁 선포해야

검찰에 압수된 마약 및 총기류. 연합뉴스 검찰에 압수된 마약 및 총기류. 연합뉴스

부산 주요 학원가에 ‘마약 음료’ 비상이 걸렸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일대에서 ‘집중력에 좋은 음료 시음 행사’라고 속여 학생들에게 마약이 든 음료를 마시게 한 뒤 학생들의 학부모를 협박하는 사건의 여파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부산 지역 학원가에도 ‘나도 모르게 마약에 노출돼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 탓에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한다. 학원 강사들이 혹시나 수상한 얼굴이 없는지 주변을 살피는가 하면, 초등학생 학부모까지 자녀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사탕, 주스 등을 절대 먹지 마라”고 신신당부할 정도이다. ‘마약 청정국’ 한국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황당할 정도이다.

무엇보다 이번 대치동 학원가처럼 10~20대 젊은 층의 마약 노출이 늘고 있는 게 가장 심각한 문제다. SNS나 텔레그램, 해외 직구 등 온라인을 통해 손쉽게 마약을 사고팔 수 있고, 느슨한 단속망으로 범죄 조직이 기승을 부리기 때문이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부산지역 10대 마약 단속 건수는 2021년 19명에서 2022년 31명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지난해 전국의 마약 사범(1만 8395명) 중 10~20대가 34.2%였다. 2017년에는 15.8%에 불과했다. 심지어 10대 고등학생 마약상도 출현했다고 한다. 미국 드라마에서나 보던 마약 카르텔 생태계가 한국에도 뿌리를 내리는 듯해서 개탄스럽다.

체포된 공급책에 대한 수사 결과 유사한 사건이 이전부터 있었고, 학생들을 마약에 맛을 들이게 한 뒤 점차 중독자로 전락시키려 했다는 증언마저 나오고 있다고 한다. 부지불식간에 마약이 이렇게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왔다는 증명이다. 게다가 최근 부산항 세관을 통해서 수십만 명이 투약할 수 있는 마약이 권총과 실탄 등 총기류와 함께 무사통과될 정도로 국경마저 뚫린 상황이다. 그만큼 세관과 검찰, 경찰 등이 두 손을 놓았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또한, 유명 연예인과 사회 지도층 자제 등의 마약 범죄가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점과 미국과 태국 등지의 대마초 합법화도 사회적인 경각심을 흐리게 한 원인으로 꼽힌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가 차원에서 마약 범죄에 대한 안이한 태도를 일소해야 한다. 연령을 막론하고 국민 모두에게 마약 중독의 위험성을 알려 줄 필요성도 훨씬 커졌다. 마약을 이처럼 방치했다가는 통제 불능으로 치달을 수 있다. 마침, 검찰·경찰·관세청의 마약 수사 전담 인력 840명이 참여하는 범정부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가 구성되고, 부산시교육청도 641개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연 2회씩 ‘마약 범죄 예방을 위한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한다고 한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이참에 ‘마약 떡볶이’ 등 마약이란 단어를 상품명 등에 아예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례 제정도 시급하다. 수사와 교육당국, 지방정부는 물론이고 종교·사회단체 모두가 합심해서 망국에 이를 수 있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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