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정보공사, 알고보니 성범죄 ‘줄줄이’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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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 직원 중징계 절차
앞선 성범죄 뒤늦게 알려져
국감장서 사장 발언도 논란
성인지 감수성 부족 ‘도마 위’

LX 한국국토정보공사 건물 전경. 부산일보DB LX 한국국토정보공사 건물 전경. 부산일보DB

이른바 ‘화장실 몰카’ 사건으로 도마에 오른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국토정보공사(LX)가 해당 직원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그런데 LX에서 발생한 성 관련 범죄가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보다 강도 높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거세다.

13일 LX공사에 따르면 지난 2월 13일 A 지사 내 직원 탈의실과 화장실에서 불법 카메라가 발견됐다.

공사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으며, 경찰 수사 결과 내부 직원 B 씨에 의한 범행으로 드러났다. B 씨는 경찰과 공사에 범행 일체를 자백하고 대기발령된 상태다.

공사는 관련 규정에 따라 빠르면 다음주 중 인사위원회를 열고 중징계를 내릴 예정이다. 또 정신적 충격을 받은 피해 직원들에 대해 심리치료에 나서는 한편, 성범죄 예방을 위한 교육에 들어갔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이 같은 대책들이 ‘사후약방문’이라는 쓴소리가 나온다. LX 내 성 관련 범죄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교수실장으로 근무하던 C 씨는 성범죄를 저질러 파면 당한 사실이 최근 뒤늦게 드러났다. 일부 직원들만 알 정도로 내부적으로 쉬쉬했던 상황이며, 당시 내부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은 이미 모두 삭제된 상태다. C 씨는 교육을 받던 직원과 술을 마신 뒤 성희롱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지난해에도 팀장급이 직원을 성희롱해 파면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화장실 몰카 건으로 B 씨가 파면 된다면 2년 사이 직원 3명이 성범죄로 인한 파면 처분을 받는 셈이다.

게다가 앞선 교수실장과 팀장 2건은 외부에 알려지는 걸 막기 위해 경찰 조사 없이 곧바로 파면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7년 LX에서 직장 내 성희롱 논란이 불거지면서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에 들어간 적이 있고 이듬해인 2018년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LX 내 성희롱 문화가 심각하다며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권고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성범죄는 줄지 않았다. 지난해 국감 때는 직원 7명을 성희롱한 간부직원에 정직 2개월의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것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간부직원은 어깨 주무르기 등을 시키고 신체 부위를 만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 국감장에 선 김정렬 LX 사장은 “친밀감 표시에 가까운 성희롱이어서 적정하게 처리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해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성 관련 문제가 이어지면서 기관 내부에서는 기관의 성인지 감수성이 너무 낮은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성인지 교육이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다. 전옥희 진주여성회 대표는 “한 조직에서 성범죄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은 제대로 조치가 안 되고 있다는 말”이라며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엄벌하는 문화가 형성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 같은 성범죄가 조직 분위기나 문화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간부들이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LX공사는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관련 교육을 강화할 것이며, 피해자를 위한 심리치료도 이어나갈 방침이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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