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관광산업 주도권 확보… 이젠 국제적인 브랜드 구축 나설 때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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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구 의료관광 특구 지정 1년 의미

지난해 11월 부산 서구 의료관광축제 기간 중 진행된 외국인 유학생 초청 팸투어. 부산 서구청 제공 지난해 11월 부산 서구 의료관광축제 기간 중 진행된 외국인 유학생 초청 팸투어. 부산 서구청 제공

부산 서구가 지난해 초 의료관광 특구로 지정되고 1년이 지났다. 특구 지정으로 부산 서구는 의료관광 분야에서 확실한 이니셔티브를 가질 수 있게 됐다. 규제를 완화해 주는 특례 조항과 의료R&D 클러스터의 집적효과까지 더해진다면 경쟁력이 더욱 커질 것이다. 더불어 대내외적으로 국제적인 의료관광 중심도시라는 브랜드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부산의 대표적인 원도심인 서구가 변하고 있다. 수산업 이외에 마땅한 성장동력이 없던 서구가 의료관광 특구 지정 이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특구 지정으로 해외환자 유치를 매개로 한 의료관광 산업이 부산 서구의 신성장동력으로 자리잡게 됐다. 3개의 대학병원과 1개의 종합병원을 보유하고 있는 의료자원과 송도해수욕장, 천마산 등의 관광자원을 결합한 새로운 융복합 사업모델인 것이다.

공한수 서구청장은 “처음 사업을 제안했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특구 지정이 될지, 지정이 되면 우리 서구가 바뀔지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특구가 지정된 후 구체적인 윤곽이 그려지고 콘텐츠가 채워지면서 이제는 기대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자체와 의료기관들이 조화롭게 잘 협력하고 있어 특구사업이 순항하고 있다”고 밝혔다.


첫해는 조례 제정 등 제도 정비

용적률 완화 조항 큰 환영 받아

의료기관 공간 부족 해소될 듯

의료 R&D 클러스터 용역 진행


코로나 끝 의료관광 다시 활기

3개 대학병원· 1개 종합병원

규제 특례 적극 활용 시설 확충

외국인 환자 유치 방안 고심


엑스포 유치 위한 의료지원 협약

특구 사업 활용 공동 홍보 추진

중증 응급환자 대응 시스템 활용

엑스포 성공 도움 줄 수 있어

연구 부지 매입이 가장 큰 숙제



오경승 고신대복음병원장, 정성운 부산대병원장, 공한수 서구청장, 안희배 동아대병원장, 최명섭 삼육부산병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달 20일 열린 ‘엑스포 유치를 위한 의료지원 협약식’. 부산 서구청 제공 오경승 고신대복음병원장, 정성운 부산대병원장, 공한수 서구청장, 안희배 동아대병원장, 최명섭 삼육부산병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달 20일 열린 ‘엑스포 유치를 위한 의료지원 협약식’. 부산 서구청 제공

■제도 정비 마무리, 이제 콘텐츠 채우자

특구 지정 후 첫해는 조례 제정을 비롯한 제도적 정비와 인프라 구축에 주력했다. 또 특구 구역 내에서 의료관광을 하는 사업자들을 위한 규제특례 운영지침도 제정했다.

서구의회는 지난해 4월 15일 ‘글로벌 하이 메디허브 특구 운영에 관한 조례’를 통과시켰다. 조례에는 특화사업 범위, 규제특례 적용, 특화사업자의 책임 및 의무, 특구협의회 설치 등 내용을 담았다.

이어 지난해 5월에는 규제특례 운영지침을 제정했다. 특구지역에서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해 규제 프리존을 만들어 준 것이다. 특화사업에 종사하는 외국인에게 사증 발급 관련한 추천서, 특구사업 홍보를 위한 광고물 허용, 용도지역 건폐율 및 용적률 완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특히 특구 사업구역 내에서 건폐율과 용적률을 150% 범위 내에서 완화해 주는 조항은 의료기관들에게 무척 반가운 일이다. 현재 부산대병원 동아대병원 고신대병원 삼육부산병원 등 모든 의료기관들의 용적률이 포화 수준으로 증개축이 불가능한 상태다. 이번 규제특례로 인해 의료기관들의 심각한 공간 부족이 크게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의료특구의 3가지 특화사업 중 하나가 의료 R&D 클러스터 구축이다. 의료 R&D 클러스터의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연구용역을 이미 맡긴 상태다. 용역을 거쳐 의료 R&D 클러스터 기본구상과 국내외 사례조사, 기업유치 활성화 방안 등이 제시될 예정이다. 오는 9월 용역 보고서를 통해 의료 R&D 클러스터 윤곽이 나오게 될 것이며 이제는 그 안에 콘텐츠를 채워 넣어야 한다.

메인 특화사업인 중증치료 중심의 외국인환자 유치 사업도 속도가 붙고 있다. 환자 유치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말부터 다문화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 의료관광 어시스턴트 양성 사업, 온라인 상담센터 역할을 하게 될 플랫폼 구축사업 등이 진행되고 있다.


서구 특구 활성화 전략 심포지엄 장면. 부산 서구청 제공 서구 특구 활성화 전략 심포지엄 장면. 부산 서구청 제공

■특구 준비로 분주한 의료기관들

특구 지역 내 특화사업자의 주축 멤버가 부산대병원, 동아대병원, 고신대복음병원, 삼육부산병원이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이들 의료기관의 해외환자 유치사업은 거의 3년간 휴지기를 맞았다. 올 들어 코로나19가 사실상 종식되고 공항을 통한 하늘문이 열리면서 의료관광이 다시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부산대병원(병원장 정성운)은 특구 지정을 계기로 숙원이었던 공간 부족 문제를 해소할 계획이다. 융합의학연구동(옛 KT서부산 사옥) 자리에 병원을 신축하는 안을 포함해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 중이다. 부산지역암센터 개편도 올해 안에 완료할 예정이다. 서구 특구가 중증질환 중심의 외국인 환자 유치에 특화되어 있기 때문에 암센터를 리모델링하고 병실을 늘려 동남권 최고 역량을 갖춘 암 병원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동아대병원(병원장 안희배)은 부산권역 최초로 첨단재생의료 실시기관으로 선정돼 항암제(세포치료제) 신약연구에 뛰어들었다. 첨단재생의료분야의 연구 경험을 토대로 향후 서구 특구에 들어설 의료 R&D 클러스터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 줄 것으로 보인다. 줄기세포, 유전자치료 등의 첨단재생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일본 등으로 해외 원정치료를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거꾸로 외국 환자들을 국내로 불러들일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신대복음병원(병원장 오경승)은 에코델타시티 스마트빌리지 내의 웰니스센터 운영 경험을 서구 특구와 엑스포 등에 적용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현재 고신대복음병원은 스마트빌리지 56세대에 웰니스센터를 운영 중인데 일상생활 속의 건강정보를 저장하는 라이프로그, 비대면 원격진료, 마이데이터 사업 등을 주관하는 의료기관이다. 서구 특구 내에서 4차산업의 첨단의료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실증사업 아이템을 꾸준히 찾고 있다.

삼육부산병원(병원장 최명섭)이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재 외국인 환자를 위한 국제진료센터를 신축하기 위한 설계를 완료하고 인허가 절차를 기다리는 중이다. 오는 6월께 신축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며 42개월 내로 1만 3000평 규모의 외국인 전용 병동과 VIP 레지던스 시설이 완공된다. 국제진료센터 개관에 앞서 지난해 8월 미국의 서부와 동부를 돌며 사전 홍보 활동을 벌인 바 있다. LA에 있는 미래여행사와 의료관광 업무협약까지 맺었다.

■엑스포와 함께 날아오르다

지난 3월 20일 오후 서구청 대회의실에서 공한수 구청장, 정성운 부산대병원장, 안희배 동아대병원장, 오경승 고신대복음병원장, 최명섭 삼육부산병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엑스포 유치를 위한 의료지원 업무협약식’을 개최했다. 대규모 국제행사를 안전하게 치르기 위해선 전문적인 의료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서구가 엑스포 유치를 지지하고 힘을 보태기 위한 자리였다. 4개 의료기관장들은 엑스포 개최국 발표 때까지 의료관광특구 사업을 활용한 의료 지원, 엑스포 유치를 위한 홍보사업 공동 추진 등 엑스포의 성공적인 유치를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의료지원 협약식을 개최한 것은 엑스포가 서구 의료관광 특구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구 특구에서 실증을 끝낸 비대면 원격진료나 중증 응급환자에 대한 대응 시스템을 박람회 행사에 적용한다면 엑스포의 성공적 개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행사 기간에 맞춰 엑스포 관람 방문객을 대상으로 검진이나 미용 등의 다양한 의료관광 프로모션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공한수 구청장은 “의료관광 특구로 인해 서구의 브랜드 파워가 엄청나게 커졌다.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의료 R&D 클러스터 입지도 선정될 예정인데 3000㎡가량 되는 부지 매입이 큰 걸림돌이다. 특구 사업자들과 머리를 맞댄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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