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영화관 스크린에 사라져 가는 ‘부산’… OTT는 뜨거운 인기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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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 빠진 한국 영화 제작·투자 감소
OTT·TV에서는 부산 로케이션 활발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 촬영한 영화 ‘리바운드’ 스틸 컷.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 촬영한 영화 ‘리바운드’ 스틸 컷.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영화관 스크린에 ‘부산’이 점차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 한국 영화가 침체에 빠지면서 부산 촬영은커녕 극장 영화 제작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코로나19 기간 부산 촬영을 마친 영화들도 개봉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부산 로케이션 인기는 팬데믹 시기 몸집을 불린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옮겨간 모양새다.

19일 부산영상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부산 촬영을 마친 장편 영화는 2편에 불과했다. ‘신세계’ 박훈정 감독과 차승원·김선호 배우가 만난 ‘폭군’이 1~2월, 박정표·황석정 배우가 출연하는 부산 독립영화 ‘천국’이 3월 로케이션을 마쳤다.

저조한 출발이다. 지난해 부산에서 촬영한 장편 영화는 26편이었다. 이달 영화 ‘삼악도’가 촬영을 마쳤고, ‘모럴 해저드’가 로케이션을 시작해도 전망은 어둡다. 팬데믹으로 가라앉은 한국 영화 산업이 활력을 되찾지 못해 새로운 제작과 투자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영화는 올해 한 편도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 3월 한국 영화 관객 점유율도 26.8%에 불과했다. 코로나19 기간을 제외하면 집계를 시작한 2004년 이후 3월 중 최저 수치다.

부산 해운대구 등을 배경으로 촬영한 영화 ‘대외비’ 스틸 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부산 해운대구 등을 배경으로 촬영한 영화 ‘대외비’ 스틸 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심지어 팬데믹 기간 부산에서 촬영한 영화들도 개봉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올해 기대작으로 꼽힌 ‘교섭’과 부산이 배경인 ‘대외비’와 ‘리바운드’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이른바 ‘창고 영화’ 수십 편이 개봉 시점을 두고 눈치 싸움을 하는 모양새다. 부산영상위원회 관계자는 “부산에서 2020~2021년 촬영한 영화 중 4편 정도는 올해 개봉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그마저도 스튜디오나 일부 장면만 촬영한 작품이라 부산이 주요 배경이라 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지난해 ‘헤어질 결심’ ‘브로커’ ‘헌트’처럼 부산이 주요 배경인 세계적인 작품을 올해 영화관에서 찾긴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 영화가 난항에 빠지면서 자본과 인력은 OTT로 몰리는 추세다. 충무로에서 흥행작 여러 편을 만든 A 감독은 “냉정하게 보면 한국 영화는 이미 가라앉았다”며 “새로운 투자와 제작이 거의 없어 감독과 제작자들이 OTT 시리즈 쪽으로 많이 넘어갔다”고 했다. 이어 “팬데믹 기간 창고에 넣어둔 영화가 수십 편”이라며 “영화도 트렌드를 타는데 흥행할진 미지수”라 밝혔다.

한국영화감독조합 윤제균 공동대표도 “새로운 영화가 투자를 받아 촬영에 들어가는 경우가 정말 드물다”며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어 해결책을 고민 중”이라 했다. 국내 투자·배급사 관계자 B 씨도 “일부 회사를 제외하곤 새로운 제작 논의가 거의 멈췄다”며 “이왕이면 돈 되는 시리즈나 OTT 콘텐츠 제작 쪽으로 눈을 돌린 상태”라고 귀띔했다.

부산 영도구 태종대 자갈마당에서 촬영한 애플TV+ ‘파친코’ 스틸 컷. 애플TV+ 화면 캡처 부산 영도구 태종대 자갈마당에서 촬영한 애플TV+ ‘파친코’ 스틸 컷. 애플TV+ 화면 캡처

부산도 영화와 달리 OTT 시리즈 로케이션은 활발한 상태다. 올해 1분기 부산에서 촬영한 OTT 시리즈만 8편이었다. 넷플릭스 기대작인 ‘오늘도 사랑스럽개’ ‘스위트홈 시즌3’ ‘이두나!’ ‘돌풍’ ‘유쾌한 왕따’ ‘기생수: 더 그레이’ 등 6편, 디즈니+ ‘지배종’과 ‘비질란테’ 등 2편을 찍었다. 설경구·김희애·한효주·구교환·남주혁·배수지·차은우 등 화려한 배우진이 참여했다.

TV 드라마 4편도 같은 기간 부산 로케이션을 선택했다. 전도연·정경호 주연 tvN ‘일타스캔들’, 이제훈이 출연한 SBS ‘모범택시2’뿐 아니라 방영 예정인 tvN ‘웨딩임파서블’, JTBC ‘힘쎈여자 강남순’도 촬영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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