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양산 천성산 해맞이 명소화에 거는 기대

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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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권 동부경남울산본부장

천성산 정상 한반도서 일출 가장 빨라
관광 명소 개발·지역 경제 활성화 기대
환경문제·접근성 개선 등 난제도 많아
통도사·황산공원 등 연계상품 개발을

2000년 1월 1일. 당시 가족과 함께 한반도에서 새 천 년 새해 일출을 가장 빨리 볼 수 있다는 울산 울주군 서생면 간절곶을 찾았다. 간절곶에는 역사적인 밀레니엄 새해 일출을 맞이하기 위해 전날부터 전국에서 찾아온 15만 명 이상의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던 기억이 난다.

이후 기자는 새해 때마다 집에서 TV를 통해 일출을 보다 올해 1월 1일엔 경남 양산의 천성산 원효봉을 올랐다. 새해를 며칠 앞두고 천성산 일출 시각이 간절곶보다 빠르다는 사실을 접했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동안 새해 일출은 한반도에서 간절곶이 제일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고도에 따라 일출을 볼 수 있는 시각이 다르다는 것과 관측 지점 고도를 감안해 반영하는 보정 값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이 제시한 관측 지점 고도를 감안·반영하는 보정 값은 해발고도 0m 높이 0분, 20~30m -1분, 100m -2분, 200m -3분, 400m -4분, 600m -5분, 900m -6분, 1200m -7분이다. 이는 고도 100m 지점에서 고도가 0m인 수평선보다 2분 먼저 해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해발 922m 높이의 천성산 정상(원효봉)의 경우 고도 0m 지점보다 6분 먼저 일출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양산시도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지역 진산인 천성산을 해맞이 관광 명소로 만들어 지역 경제 활성화에 활용하기로 했다.시는 전국적인 해맞이 장소로 부상한 천성산을 세계문화유산 도시이자, 유럽에서 일몰이 가장 늦은 포르투갈 신트라시 호카곶과 연계하기로 했다. 시는 현재 신트라시와 우호 협력을 추진 중이다.

시는 이미 간절곶·호미곶이 많은 관광객을 모을 수 있는 대규모 광장이 조성돼 있고, 주변 관광지와 숙박시설, 접근성 또한 뛰어나다는 점을 확인했다.

천성산 역시 정상에 광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지가 있고, 주변에 세계문화유산인 통도사와 내원사, 수변공원인 황산공원 등 연계 관광지도 많다.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의 사저까지 고려하면 간절곶·호미곶에 절대 뒤지지 않다는 평가다.

난제도 있다. 환경단체 등의 반대가 우려된다. 시는 2004년 천성산 정상에 있던 군부대 철수 이후 ‘해돋이 시민공원’을 시작으로 ‘자연생태 박물관’, ‘천성산 생명 길’, ‘천성산 산림복지 단지’, ‘대석 자연휴양림’을 잇달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접근성도 문제다. 현재 천성산 정상 부근까지 부분 왕복 2차로가 개설돼 있지만, 해맞이 명소로 조성되면 체증이 불가피하다. 시가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고 천성산을 해맞이 장소로 만들어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더라도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효과는 반감된다.

실제 지난해 황산공원에서 처음으로 개최한 ‘양산 월드 힙합 어벤져스’의 경우 행사를 통해 관광객이 양산을 찾았지만, 이들의 지갑을 여는 데는 부족했다.

이에 천성산 일출을 양산에 관광객을 유치하는 하나의 ‘상품’으로 활용하자는 여론이 높다. 천성산은 이미 일출 장소로 유명하지만, 주변에 등산객 등 관광객이 머물 수 있는 마땅한 공간이 없다. 숙박시설에 머물면 숙박비는 물론 한 끼 이상 식사로 이어지고, 지역 관광지로 유도할 수 있어 충분히 관광객의 지갑을 열 수 있다.

산속에서 ‘숲 멍’ 등 힐링을 통한 치유까지 할 수 있는 ‘숲애서’와 같은 숙박시설은 금상첨화일 것이다. 통도사가 운영 중인 국제템플스테이도 활용해야 한다. 국제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천성산 일출을 포함하면 외국인 유치는 물론 이들의 입을 통해 천성산 해맞이를 전 세계에 알릴 수도 있다.

천성산 주변의 골프장이나 루지, 스키장, 황산공원, 청정지역인 배내골 등과 연계한 상품 개발도 필수다. 일출을 본 뒤 골프와 놀이·체험·관광지로 유도하자는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간절곶의 울산 울주군, 대왕암의 울산 동구와 해맞이는 물론 연계 관광지를 방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공동 개발해 여행사에서 팔 수 있도록 관광 상품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천성산은 원효대사가 중국에서 찾아온 1000명의 제자에게 화엄경을 강독해 모두 성인이 되게 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번 천성산(원효봉) 해맞이 명소화를 계기로 지역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 수행은 물론 이곳을 찾는 방문객에게 일출 기운과 희망·힐링을 선사해 주자. 원효대사의 사상인 평등과 화합, 평화의 의미를 담는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어쩌면 원효는 으뜸 원과 새벽 효자에 담긴 ‘첫 새벽’을 의미하는 법명으로 천성산 해맞이 명소화를 예견했는지 모른다.


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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