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커진 거제, ‘세무서 신설’ 꺼진 불씨 살리기 재시동
인구 25만에 조선도시 급성장 불구 지서 머물러
국세청 한때 검토 후 지지부진…신설 여론 재확산
거제시의회 ‘거제세무서 설치 촉구 건의안’ 채택
“납세 규모와 세정 수요 걸맞는 조세 관서 필요”
민원인 접근성 향상, 체계적인 세원 관리 기대
통영세무서 거제지서. 부산일보DB
“획기적으로 발전하는 지역 상황에 발맞춰 납세 규모와 세정 수요에 걸맞은 조세 관서를 설치해야 합니다.”
한동안 잠잠하던 경남 ‘거제세무서’(가칭) 신설(부산일보 2021년 2월 18일 자 11면 등 보도) 여론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꺼져가던 불씨를 살리려 거제시의회가 팔을 걷어 붙였다. 한때 지역사회의 끈질긴 요구에 국세청이 적극 검토에 나서며 급물살을 타는 듯했지만, 이후 관심에서 멀어진 현안 사업이 이번엔 결실을 볼지 주목된다.
거제시의회는 지난 19일 열린 제237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이미숙 의원이 대표 발의한 ‘부산지방국세청 산하 거제세무서 설치 촉구 건의안’을 채택했다.
시의회는 건의문에서 “조선소 수주 호황에 따른 인구와 세수 증가, 남부내륙철도‧가덕신공항 건설 등 대내외적인 큰 변화로 더욱 다양해질 국세행정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거제세무서 신설은 절실하고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의 거제지서는 늘어나는 국세행정 수요 대응에 한계를 보이며 민원인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면서 “납세 편의 도모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국가재정 건전성 확보에 이바지하기 위해 거제세무서 신설을 간곡히 건의한다”고 밝혔다.
시의회는 25만 거제시민의 바람을 담은 건의문을 대통령, 국회의장, 기획재정부장관, 행정안전부장관, 국세청장에게 보내 관심과 지원을 요청하고 지역 내 여론 형성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1970년대까지 한적한 어촌이던 거제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터전을 일구면서 유동 인구가 30만 명에 육박하는 중형 도시로 성장했다. 반면 관서 체계는 아직 과거에 머물고 있다.
조세를 관장하는 세무서의 경우, 고성군과 함께 인근 통영에 본서를 둔 통영세무서 관할에 묶여 지서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다. 과거 수산업을 기반으로 한 통영의 경제 규모가 인접 시·군에 비해 컸고 역사성도 짙었던 탓이다.
그런데 세계 조선업계 ‘빅3’로 손꼽히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거제에 둥지를 트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연매출 10조 원 안팎의 양대 조선소를 중심으로 노동자가 몰려들었고, 인구‧경제력 증가와 함께 조세 업무량도 본서보다 지서 비중이 커졌다.
2021년을 기준으로 개인납세는 전체 5만 5000여 명 중 절반이 넘는 2만 8000여 명이 지서 몫이다. 1인당 업무량도 본서 1500여 명, 지서 2050여 명으로 지서가 많다. 법인 역시 전체 8000여 곳 중 4300여 곳이 거제에 있다. 특히 법인 관련 업무나 조사·불복업무는 본서가 담당해 지서에선 처리가 불가능하다. 세수 규모도 본서 990억여 원, 지서 3400억여 원으로 거제가 4배가량 많다.
현재 전국에서 세무서 없이 지서로 운영되는 시·군·구는 19곳이다. 이중 인구 20만 명이 넘는 곳은 수도권을 제외하면 거제가 유일하다. 거제보다 적은 인구에 본서를 둔 지자체는 20곳, 충남 공주시는 인구 10만 명에 불과하다. 거제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세무서 신설 요구가 꾸준히 제기된 이유다. 서일준 국회의원이 2020년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하자 국세청도 필요성에 공감해 내부 검토에 착수했지만, 이후 감감무소식이다.
이미숙 의원은 “거제만 해도 1급지 세무서 신설이나 승격이 가능한 규모”라며 “본서 방문이 필수인 법인사업자 불편 해소 등 세정수요에 부응하는 납세서비스 제공과 지서기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독자적인 세무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