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포동 오피스텔서 ‘18억 보증금 피해’ 또 터졌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건물 소유자 변경 숨긴 채 계약
대출금 못 갚아 임의경매 진행
입주민 20여 명 뒤늦게 알고 고소
실소유자 다른 건물서도 피해 우려
기존 임대인· 중개인 등 6명 수사
사상·부산진·동구 빌라 잠적 부부
경찰청, 심각성 인지 수사 착수

경매로 넘어가 세입자들이 전세보증금 18억 원을 잃을 처지에 놓인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의 한 오피스텔. 이재찬 기자 chan@ 경매로 넘어가 세입자들이 전세보증금 18억 원을 잃을 처지에 놓인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의 한 오피스텔. 이재찬 기자 chan@

부산에서 또 다른 18억 원대 전세 피해가 불거졌다. 오피스텔의 실소유주가 바뀐 것을 숨긴 채 전세 계약을 맺고 대출금을 갚지 못해 오피스텔이 임의경매에 들어가자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또 보증금 54억 원을 돌려주지 않고 잠적한 건물주 부부(부산일보 4월 20일 자 1면 보도)의 아들이 건물 소유관계를 지난해 미리 정리한 정황이 확인돼 이들이 사태를 미리 예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산 부산진경찰서는 20일 부산진구 전포동 오피스텔의 임대인 A 씨와 건물 실소유주인 B 씨, 거래를 중개한 공인중개사 C 씨 등 6명을 사기 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0년 7월 중순부터 건물 소유자가 바뀐 것을 숨긴 채 전세 계약을 진행하고, 이후 전세 보증금 총 18억 원 정도를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건물 입주민 20여 명은 임대인 등에게 전세보증금 18억 원을 떼였다는 내용으로 고소장을 접수시켰다.

A 씨는 2020년 7월 ‘부동산 매매에 의한 권리 양도·양수계약’을 체결하며 총 40여 호실이 있는 건물 권리를 B 씨에게 이전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세입자들은 B 씨가 대출금을 갚지 못해 오피스텔이 임의 경매 절차에 들어가고 나서야 건물 소유주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B 씨는 부산진구의 다른 오피스텔도 소유한 것으로 알려져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사상구·부산진구·동구 소재 빌라의 전세금 54억 원을 안고 잠적한 집주인 부부와 관련해 부부의 아들이 지난해 부동산 소유 관계를 정리하고 지난달부터 직장에 나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부산일보〉 취재진이 직접 등기부등본을 통해 확인한 결과, 집주인 부부가 현 소유자로 돼 있는 부산진구 한 빌라에서는 지난해 12월 말 이들의 아들 30대 D 씨가 보유 지분을 모두 모친에게 넘겼다. D 씨는 지난달 직장에 ‘오래 쉬어야 할 것 같다’고 알린 뒤 일하러 나가지 않는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집주인 부부가 기존에 사용하던 휴대전화 번호도 현재 유효하지 않고, 아들 D 씨와도 연결이 불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D 씨의 직장 관계자는 “지난달 갑자기 오래 쉬어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후 연락을 시도했지만 휴대전화 번호를 바꾼 것 같았다”고 전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D 씨는 해당 건물에서 에어비앤비 숙박업소를 운영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경찰청은 잠적한 집주인 부부와 관련해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수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경찰에 따르면 부산에서는 지난해 7월 25일부터 이날까지 전세사기와 관련해 248명이 검거됐고 이 중 12명이 구속됐다. 깡통전세 등 보증금 미반환 사례는 128건으로 절반이 넘는다. 경찰은 현재 전세사기와 관련해 32건을 추가로 접수해 수사하고 있다.

특히 부산진구와 같이 20~30대 사회초년생 등 젊은 층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의 오피스텔과 다세대주택 위주로 전세사기 의심 신고가 잇따른다. 지난 14일 부산진구와 동래구 등에서 110여 채에 달하는 오피스텔 세입자들에게 전세금 80억 원 가량을 돌려주지 않고 잠적했던 30대 임대인이 사기 혐의로 구속돼 검찰에 송치된 바 있다.

전세사기 수법도 다양하다. 건설비나 토지매입비를 금융권에서 조달하고 임차인에겐 근저당권이 걸린 집을 싸게 임대하는 수법이 있다. 또 임차인으로부터 받은 보증금은 대출 이자와 원금 소액만 변제하는 데 사용하고 나머지는 다른 건물이나 빌라 매입 자금 등으로 사용하는 식이다. 전세금보다 싼 ‘깡통 전세’ 수법으로 보증금을 가로챈 뒤, 전세 기간이 만료될 때 쯤 집주인이 잠적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동의대 강정규 부동산대학원장은 "2021년 전후 아파트 가격이 급등할 때 전세가도 같이 올랐는데, 이를 대체할 상품으로 빌라나 오피스텔이 많이 공급됐다"며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면서 오피스텔이나 빌라 등의 가격 하락 폭이 컸고, 이로 인해 보증금 미반환 등 최근 일련의 전세 사기 관련 사례들도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임차인들의 피해 사례는 더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