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본사 KRX “토큰증권 일단 서울에”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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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증권본부 안에 담당 설치
‘지역 유치’ 외친 부산 박탈감
“장외거래라도 부산 가져와야”

한국거래소 서울 여의도 사옥 전경. 부산일보DB 한국거래소 서울 여의도 사옥 전경. 부산일보DB

토큰증권(ST)의 상장 매매를 취급하기 위해 한국거래소에 만들어질 디지털증권시장이 한국거래소(KRX) 본사가 있는 부산이 아닌 서울에 자리를 잡을 전망이다. 당초 “(디지털증권)시장이 커지면 따로 본부를 만들어 부산에 둘 생각”이라던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약속도 무색해졌다. 한번 자리를 잡은 시장이 커지면 옮기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비상장 토큰증권 매매를 담당하는 장외시장만이라도 부산에서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디지털증권시장은 새로운 거래시스템을 구성하지 않고 서울에 구성된 기존 유가증권(코스피) 거래시스템을 이용하게 될 전망이다. 서울 유가증권시장본부 디지털사업부가 담당부서로서 토큰증권 매매를 맡는다. 한편 코스닥시장은 유가증권시장과는 다른 개별 거래시스템을 이용한다.

이에 따라 디지털증권시장을 선도하려던 부산은 대표적 디지털증권인 토큰증권 매매 기능을 서울에 넘겨줘야 할 상황에 놓였다. 앞서 부산시는 디지털자산거래소를 구상하며 가상자산거래소와 토큰증권거래소로 이원화한 거래소 형태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의 토큰증권 가이드라인에서 토큰증권을 증권으로 규정하고 한국거래소에서 취급토록 하는 바람에 시의 구상안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다만 한국거래소 본사가 부산인 만큼 해당 기능이 부산에 자리를 잡을 수도 있다는 일말의 희망을 남겼다. 손 이사장도 올 초 기자간담회에서 “해당 시장이 커져 본부를 새로 만들면 부산에 둘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거래소는 “토큰증권 시장 기능을 부산으로 가져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 이유로는 금융위의 가이드라인을 꼽았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토큰증권 장외거래는 블록체인 분산원장으로 관리하지만 토큰증권을 상장할 땐 ‘토큰’이 아니라 ‘전자증권’으로 전환해 상장해야 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전자증권 거래 시스템이 있는데 굳이 새 시스템을 부산에 만드는 수고와 비용을 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장외거래 기능만이라도 부산에서 활성화될 수 있도록 시가 빠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코스콤이 다수 증권사와 공동의 토큰증권 발행·유통 플랫폼을 구성하려는 상황에서 이러한 대규모 플랫폼을 부산으로 데려올 수 있을지 혹은 이에 맞서 경쟁할 수 있는 규모의 장외거래 플랫폼을 만들거나 유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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