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개 없는 자궁근종 수술, 통증도 거의 없어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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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근종 진단과 최신 치료

성인 여성 40~50% 발병할 정도로 흔해
월경 과다·생리통·불임·빈뇨·변비 등
근종 생긴 위치 따라 다양한 증상 동반

난임과 직결된 근종은 조기 수술해야
증상 없고 크기 작다면 수술 안 해도 돼
내시경 수술, 자궁 적출 않고 흉터 없어
환자 상태 따라 치료 방향 설계 중요해

김철 해운대부민병원 명예원장이 자궁근종 질환을 환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해운대부민병원 제공 김철 해운대부민병원 명예원장이 자궁근종 질환을 환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해운대부민병원 제공

여고 동창인 40대 중반의 A 씨와 B 씨는 올 초 건강검진에서 똑같이 자궁근종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 한 사람은 아무런 증상이 없는 반면에 다른 사람은 심한 생리통과 비정상 자궁출혈 등을 호소하고 있다. 출혈 외에도 가끔씩 방광이 자극을 받아 빈뇨 증세로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는 불편도 겪고 있다. 왜 같은 자궁근종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증상은 다를까. 자궁내시경과 부인암 진단 분야의 권위자로 알려진 김철 해운대부민병원 명예원장으로부터 자궁근종의 진단과 치료법에 대해 들어 봤다.


-자궁근종 진단을 받은 여성들이 주변에 많은데 어느 정도인가.

“자궁의 정상적인 근육층에서 비정상적인 세포 증식으로 생긴 양성종양을 자궁근종이라고 한다. 성인 여성의 40~50%에서 발병한다. 아주 흔한 질환인데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여성호르몬의 작용으로 발생하고 증식하여 혹으로 발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폐경기가 되면 진행을 멈추며,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미 발생한 근종은 사라지지 않고 약간 위축될 뿐이다.”


-환자마다 증상이 다른데 그 이유는.

“저마다 근종이 생긴 위치와 크기가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생리가 이루어지는 자궁내막에 자라는 점막하 근종은 월경 과다, 비정상 출혈, 과다 출혈이 발생해 빈혈, 불임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자궁 근육층에 발생하면 크기가 제법 커질 때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자궁내막을 침범하면서 월경통이 나타난다. 자궁 장막층 아래에 생길 경우 자궁의 바깥을 향해 자라는 특성이 있어 복부 팽만을 유발한다. 이때 방광을 누르게 되면 소변을 자주 보게 되고, 직장 쪽으로 위치하면 변비를 유발한다. 이처럼 근종의 위치를 비롯해 세포 비율, 다른 장기에 미치는 영향 등이 환자마다 천차만별이며 그래서 증상도 다양하다.”


-자궁선근증과의 차이점은?

“자궁선근증은 근종과는 확연히 다른 질환이다. 비정상적인 자궁내막 조직에 의해 자궁의 크기가 커지는 것이 자궁선근증이다. 자궁 벽이 두꺼워지면서 통증과 압박감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자궁선근증은 하복부 통증과 생리 양 과다뿐만 아니라 난임 등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런데 정상 조직과 병변 간의 경계가 모호해 자궁근종으로 오인하기 쉽고, 자궁근종을 동반하기도 한다. 월경이 계속되면서 점점 악화하여 결국 진통제로는 조절되지 않는 심한 통증이 발생하고, 자궁은 점점 커지게 된다. 조기에 치료하면 진행을 멈출 수 있지만, 심할 경우 수술이 불가피해진다.”


자궁근절 절제술 수술 장면. 해운대부민병원 제공 자궁근절 절제술 수술 장면. 해운대부민병원 제공

-임신을 준비 중인데 자궁근종 진단을 받았다면.

“점막하 근종은 난임과 직결되므로 조기에 수술해야 한다. 근육 내 근종은 자궁내막에 근접하게 되면 난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점막하 근종이 있다면 임신 전에 수술이 필요하다. 자궁근종이 있는 상태에서 계속 유산이 일어나면 근종 제거술을 고려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 수술을 해야 하나.

“자궁근종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증상이 없거나 크기가 작은 경우, 폐경 이후라면 별다른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분들도 많다. 하지만 빈혈, 생리통, 빈뇨 등의 증상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거나 근종이 계속해서 자라는 경우, 악성을 의심할 소견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치료할 것을 권장한다.”


-자궁근종의 최신 수술법은.

“단일공 복강경수술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한 수술법이 바로 자궁내시경을 이용한 자궁근종 절제술이다. 자궁내시경을 자궁강 내로 진입하여 선택적으로 근종을 제거한다. 자궁 적출이 필요 없고 자궁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신 수술기법이다.”


-자궁내시경을 이용한 수술의 장점은.

“자궁내시경은 절개 없이 자궁강 내로 진입하여 수술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복부에 아무런 수술 흉터도 남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이때 절개된 근종도 질부를 통해 빼내고, 수술 과정 이후 통증도 거의 없다. 수술 시간도 짧고, 수술 후 금식 기간 없이 바로 음식을 먹을 수 있으며, 조기 퇴원이 가능해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


-자궁근종 치료의 핵심은.

“근종으로 진단받은 경우 정밀검사를 통해 어디에 생겼는지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이다. 그 밖에도 크기나 개수에 따라 경과와 치료 방법이 달라지며 임신과 출산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결국 똑같은 자궁근종이더라도 환자에 맞게 치료 방향을 설계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다.”


-환자들이 자궁 적출에 대한 걱정이 많은데.

“이전에는 근종의 크기가 크거나 위치가 좋지 않으면 자궁 적출을 권했다. 하지만 자궁내시경 수술을 하게 되면 자궁 적출을 하지 않고 보존할 수 있어 추후 임신도 가능하다. 자궁내시경을 사용하면 점막하 근종은 물론이고 근육층에 박혀 있는 근육 내 근종도 제거할 수 있다. 얼마 전에 1kg에 달하는 거대 자궁근종을 제거할 때는 5cm 정도 미세개복을 한 후에 자궁 적출을 하지 않고 근종만 떼내기도 했다.”


-자궁근종을 예방하는 방법은.

“실제로 자궁근종이 생기지 않도록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평소 월경 주기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3개월 사이 생리량이 급격하게 늘었거나 평소보다 빈혈 증상이 심해진 경우, 생리통이 생겼거나 부정 출혈, 덩어리가 증가하는 등의 생리에 변화가 생겼다면 즉시 산부인과 검사를 받아 자궁 건강을 체크하기 바란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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