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플스토리] 반려견 순찰대 아십니까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suvely@busan.com ,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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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들이 우리 동네 든든하게 지킵니다”

지난해 10월 부산 남·수영구 시작
반려견과 산책하며 문제 징후 포착
범죄 예방 성과·동네 애착심 향상
독거노인 말벗 역할 등 긍정 효과
부산진·사상구로 확대 참여자 모집

지난해 연말 광안리에서 진행된 반려견 순찰대 캠페인. 작은 사진은 지난해 10월 반려견 순찰대가 부산 광안리에서 합동 순찰을 끝낸 후 촬영한 단체 사진. 부산시 자치경찰위원회 제공 지난해 연말 광안리에서 진행된 반려견 순찰대 캠페인. 작은 사진은 지난해 10월 반려견 순찰대가 부산 광안리에서 합동 순찰을 끝낸 후 촬영한 단체 사진. 부산시 자치경찰위원회 제공

“반려견 순찰대 활동 중 잠든 주취자를 발견했는데, 빠른 조치 부탁드립니다.”

반려견은 사람보다 걸음이 느리다. 구석구석 냄새를 맡으며 탐색하는 반려견과 함께 걷다 보면 혼자 다닐 때보다 많은 것들이 눈에 띈다. 불이 켜지지 않는 가로등, 도로에 있는 시설물 파손, 방치된 물건과 함부로 버린 대형 폐기물 등 무심코 지나쳤던 사소한 것들이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기도 한다. 반려견 순찰대는 반려견과 산책하며 위험 요소를 살피고, 문제를 발견한 경우 신고해 동네의 치안 유지를 돕는다. 우리 동네 민간 보안관, 반려견 순찰대에 대해 알아봤다.


■반려견 순찰대란?

반려견 순찰대는 반려견 산책에 ‘범죄 예방순찰’이라는 공적 임무를 부여한 제도다. ‘시민 참여’라는 자치경찰제 맞게 운영되는 시민 참여형 치안 정책인 셈이다. 반려견과 산책을 하며 생활 불편과 범죄 징후 등 각종 요소를 살피고 이를 112 또는 120(부산시 바로 콜센터)에 신고하는 역할을 한다.

반려견 순찰대는 2003년 일본 도쿄도 세이조경찰서에서 ‘멍멍순찰대’를 운영한 것이 시초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5월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에서 전국 최초로 발족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부산시자치경찰위원회가 전국 두 번째로 부산 남구와 수영구에서 반려견 순찰대를 시범 운영했다. 지난해 12월까지 석 달간 112 신고 11건, 120 신고 96건, 순찰활동 647건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반려견 순찰대, 긍정적 효과

반려견 순찰대는 왜 필요한 걸까? 먼저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된다. 실제 지난 1월 서울 성동구에서는 반려견 2마리와 순찰을 하다 스쿨존 내 시설물을 파손하고 비틀거리며 주행하는 음주운전 의심 차량을 발견해 신고한 순찰대원이 표창을 받기도 했다.

동네에 대한 애착심도 향상된다. 반려견 ‘신나요’와 부산 남구에서 순찰대로 활동 중인 신정인 씨는 “거주한 지 30년이 넘었는데 처음으로 동네에 대한 애착심이 생겼다. 평소 잘 안 다니던 동네 구석구석까지 산책을 하며 살펴보는 습관도 생겼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개선 효과도 있다. 염원빈 씨는 “반려견 세븐이가 순찰대 복장을 하고 산책을 하니 동네 주민들이 무슨 일을 하는 거냐 관심을 가지시더라. 설명을 드리니 좋은 일 한다고 ‘공무원 강아지’라는 별칭을 붙여 주기도 하셨다”고 설명했다.

소외 계층과 소통을 통해 약자와의 동행 문화 조성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조진희 씨는 “반려견과 공원을 산책하던 중 홀로 나온 어르신의 말벗이 되어 드렸는데, 어르신께서 좋아하시고 반겨 주셔서 좋았다”고 말했다.

부산시 자치경잘위원회는 순찰대와 접목해 고령층이 많은 부산만의 지역 특성을 고려한 ‘동물매개 치료프로그램’ ‘독거노인 문안방문’ 등의 지역특화사업도 운영할 계획이다.

■반려견 순찰대, 어떻게 할 수 있나요?

올해 5월부터는 남구·수영구뿐만 아니라 부산진구와 사상구 등 순찰대 운영 자치구를 늘려 각 50개 팀, 총 150개 팀을 선정해 본격적인 운영에 나선다. 5월 10일까지 모집하는 이번 부산 반려견 순찰대 2기는 △지역 방범활동과 반려문화 정착, 봉사활동에 관심이 있는 반려인 △반려견 산책을 주기적으로 하며 순찰대 활동을 원활하게 참여할 수 있는 반려인 △해당 자치구 거주자라면 누구나 신청 가능하다. 서류 심사와 실습 심사를 통해 70점 이상을 받은 팀만 최종 선발된다. 실습 심사는 1km 이내 산책 코스에서 반려견의 보호자 명령 수행 능력을 평가한다. 미성년자 단독으로는 신청이 불가하며, 신청인만 순찰 활동을 진행할 수 있다.

반려견 순찰대 활동의 기본 원칙은 자율성이기에 활동 시간의 제약은 없다. 다만 최소 주 1회 활동은 필수이며, 활동 후에는 순찰 일지를 작성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거나 펫티켓 준수를 하지 않았을 경우 벌점을 부과해 점수가 미달할 경우 자격을 박탈할 수도 있다.

반려견 순찰대에 최종 선정되면 순찰대 조끼와 소소한 사료·간식·활동 중 사고 예방을 위한 보험 가입과 다양한 반려견 관련 교육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향후 예산을 더 확보해 의료비 지원이나 순찰견 공공시설 입장 등의 혜택도 준비 중에 있다.

부산시 자치경찰위원회 윤승록 경위는 “올해 4개 자치구 지역을 대상으로 운영을 하는데, 사업 효과성 분석 등 검토를 통해 다른 자치구로 확대 시행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반려견 순찰대 활동을 하는 순찰견을 보면 칭찬·격려와 관심을 기울여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반려견 순찰대 활동에 참여하려면 홈페이지(http://www.petrol.or.kr)로 신청하면 된다.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suvely@busan.com ,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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