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블록체인은 지금도 성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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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홍열 비댁스 대표·변호사

오스틴서 열린 ‘컨센서스 2023’
크게 달라진 산업계 분위기 반영

소규모 기술 특화 기업이 주도
기업 상대 비즈니스 업체 다수

유명 인사 연설·토론 관심 하락
현실 적용 기반 사업 모델로 변화

블록체인 관련해 세계에서 가장 큰 행사인 ‘컨센서스 2023’이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렸다. 4월 26일부터 28까지 3일간 전 세계 블록체인 관계자들이 모였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2년간 중단됐다가 열렸던 작년 컨센서스는 응축되었던 관심과 열기가 한여름 오스틴 날씨만큼이나 뜨거웠다. 그에 비해 올해 컨센서스는 다소 차분하고 정돈된 모습으로 진행되었다. 필자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컨센서스에 참석해 블록체인 분야의 최신 흐름과 변화를 감지해 보았다. 작년 컨센서스는 6월에 열려 섭씨 40도를 넘나드는 텍사스의 날씨로 인해 많은 참석자들이 어려움을 토로했다. 엄청난 인파가 모이는 자리여서 보안과 안전에도 신경을 써야 할 수밖에 없는데, 오스틴의 뜨거운 태양은 참가자들이 쉽게 지치게 만들었다. 그만큼 컨센서스를 즐기고 많은 사람과 교류하는 데 단점으로 작용했다. 그래서인지 올해는 두 달가량 당겨서 개최되었고, 훨씬 쾌적한 날씨로 환영받았다.


올해 컨센서스는 날씨만큼이나 많은 변화가 감지되었다. 블록체인 산업계의 분위기가 반영된 듯하였다. 크게 3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먼저,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가 주도했던 분위기가 소규모 기술 특화 기업들로 바뀌었다. 작년 컨센서스는 바이낸스를 비롯해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초대형 부스를 마련해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당시만 하더라도 코로나 동안 늘어난 유동성이 가상자산 거래로 이어져 거래소들은 초호황을 누렸다. 반면, FTX 사태에 이어 블록체인 친화적 은행인 실버게이트 은행이 무너지는 등 ‘크립토 윈터’(Crypto Winter·가상화폐 겨울)가 찾아온 올해에는 이들 대형 거래소의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대신 자신만의 전문 기술을 앞세운 기업들이 투자자나 수요자에게 어필하였다. 블록체인 기반의 금융·보안·확장성 플랫폼과 같은 깊이 있는 기술이 선보였고, 블록체인 산업에 특화된 회계·법률 전문 회사도 참가해 블록체인 산업의 다변화가 느껴졌다.

두 번째, NFT나 코인·토큰과 같은 리테일 기업들보다 기업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펼치는 업체들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작년 컨센서스에서는 각종 코인과 토큰, 그리고 NFT들이 행사 참가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소량의 코인을 무료로 제공하는 에어드랍 행사가 즐비했고, 에어드랍을 받으려는 관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부스도 속출했다. 반면, 올해에는 이런 모습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스티커 같은 소형 굿즈 혹은 간식거리 정도의 증정품만 눈에 띄었다. 투자 위축으로 인해 마케팅 비용에 쓸 여력이 줄어든 탓으로 보인다. 기업 고객을 상대로 하는 비즈니스들, 예를 들어 월렛 서비스, 신원인증, 기술 지원 등의 분야에서 부스가 많이 개설되었다. 투자 환경이 수익성을 먼저 따지는 분위기로 바뀌자 자연스레 그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이 나오고 있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세 번째, 부스의 크기가 줄고 전문가 혹은 유명 인사들의 연설·패널 토론에 관심이 떨어졌다. 작년 컨센서스에서는 출입구에 VIP 스폰서들의 대형 부스가 자리 잡았다. 블록체인 기반 게임 업체로서 플레이댑과 위믹스 코인 사태로 홍역을 겪은 위메이드도 대형 부스를 운영했다. 반면, 올해에는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나마 지난 몇 년간 엄청난 수익을 올려 왔던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가 비교적 큰 부스를 선보였다. 작년에 대형 거래소들이 만든 부스와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었다. 그렇지만 편의시설이 확충되고 관객 이동 통로가 충분히 확보되는 등 참관 편의성은 높아졌다. 불명확한 규제 환경과 도전이 계속되는 블록체인 업계에서 누구든 속 시원히 업계의 미래를 예측하고 각국 정부의 정책과 방침을 해설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인지 하루 종일 촘촘히 예정된 연설, 토론 프로그램에서는 작년만큼의 열기를 찾기 어려웠다. ‘앞으로 잘된다, 발전한다’, ‘향후 이러한 방향으로 간다’는 식의 결론을 쉽게 말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논리나 근거는 건너뛰기 일쑤였다. 누구나 다 아는 얘기를 한다는 느낌이라고 할까. 초청된 인사들에게도 업계의 고민이 반영된 것 같았다.

언뜻 보면 블록체인 산업이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가 컨센서스에 반영된 것이 아닌가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오히려 그 반대의 해석이 타당해 보인다. 블록체인 업체들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 내면서 적응하고 있고, 코인을 앞세운 투기성 사업모델에서 기술과 현실 적용을 기반으로 한 사업 모델로 변화하고 있다. 이것은 블록체인 업계가 스스로의 정화 작용을 통해 건전한 발전의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웹 3.0의 한 축을 담당하는 블록체인 기술은 아직도 성장기에 있다. 사람도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겪으며 성인으로 성장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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