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꼴데·봄데 넘어 가을야구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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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팬과 부산 시민들이 즐거운 5월을 맞았다. 지난달 30일 롯데가 올 첫 매진 사례를 보인 사직야구장 홈 관중의 열렬한 응원에 힘입어 8연승을 달리며 단독 선두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이후 롯데 팬과 시민들의 SNS는 후끈 달아올랐다. “마~ 이게 얼마 만이고”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네” 등 거침없는 연승 행진의 감격과 기쁨을 나타낸 게시물로 도배됐다. 실로 오랜만의 리그 1위 등극에 롯데를 ‘일데’ ‘톱데’로 치켜세운 표현도 있다. 더러는 “실화냐”면서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눈에 띈 것은 정규시즌 상위권 팀들이 펼치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대한 팬들의 갈망이다. “가을야구 가즈아~” “올해는 봄이 길다” “11월까지 봄 하자” 등…. 롯데가 맨날 꼴찌라는 ‘꼴데’를 넘어 시즌 초반 봄에만 반짝 잘한다는 ‘봄데’가 끝까지 이어지길 바라는 팬심이 뜨겁다. 롯데가 파죽의 8연승을 기록하며 거둔 현재 성적은 14승 8패(승률 0.636). 8연승은 2010년 6월 3~12일 이후 약 13년(4705일) 만이다. 1위에 오른 건 2012년 7월 7일 이후 약 11년(3949일) 만의 일이다.

롯데 선수들의 투혼을 보면 질 것 같지 않은 생각이 든다는 팬이 많다. 실제로 무기력하거나 패배에 익숙한 예년의 모습은 사라지고, 후반에 역전하거나 재역전한 경기가 꽤 있다. ‘화끈한 롯데에 ‘데’면 큰일 난다’고 쓰인 응원 피켓이 등장했을 정도다. 매서운 롯데의 상승세는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제목 ‘진격의 거인’을 떠올리게 만든다. 비결은 득점권에서 높아진 집중력과 안정적인 수비가 꼽힌다. 이는 다른 팀에서 방출되거나 타지에서 온 선수와 신인, 불펜 투수진의 선전 덕분이다. 부산·경남 출신 선수들을 중심으로 느슨했던 종전 팀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진 느낌이다.

롯데는 지금 선발 투수진과 일부 주축 선수의 부진을 겪고 있지만, 이들의 기량이 살아난다면 공수에서 가공할 만한 위력을 발휘하지 싶다. 연승가도가 기대되는 이유다. 반면 2013~2022년 10시즌 동안 2017년 빼고는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로 암흑기를 보낸 롯데다. 지난해 이맘때 승률 0.625로 10년 만에 오른 2위에서 미끄러지기 시작해 8위로 시즌을 끝내기도 했다. 부디 올해는 롯데가 계속 승승장구해 ‘부산갈매기’들의 꿈인 가을야구를 실현하며 꼴데·봄데로 구겨진 ‘야도(野都) 부산’의 자존심을 회복해 주길 바란다. 롯데의 경기 결과는 다음 날 팬과 시민들의 하루 기분을 좌우하기 마련이니깐.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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