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당마다 유령당원, 3류 정치는 당연한 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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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 1000만 명, 국내 정당 ‘거품’ 심각
극성 지지층 장악 등 후진성 걷어 내야

우리나라 정당의 총 당원 수가 2021년 기준으로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사진은 지난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새로 선출된 당 지도부가 환호하는 모습. 연합뉴스 우리나라 정당의 총 당원 수가 2021년 기준으로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사진은 지난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새로 선출된 당 지도부가 환호하는 모습. 연합뉴스

우리나라 정당의 당원 수가 1000만 명을 넘어선 것은 정당 민주주의가 뿌리내린 결과라기보다는 유령당원이 다수를 차지하는 거품 정당, 팬덤 정치에 휘둘린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1일 국회의 싱크탱크라 할 국회미래연구원이 우리 정당의 실태를 파헤친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국내 정당에 가입한 당원은 2021년 기준으로 총 1042만 9577명에 달했다. 우리 주변의 사람들 5명 중 1명이 정당의 당원이라는 얘긴데, 이를 선뜻 수긍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를 일이다. 그만큼 유령당원이 만들어 낸 ‘허수’가 심각하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분석 결과다.

아닌 게 아니라 거대해진 우리나라 정당의 당원 규모에 놀랄 수밖에 없다. 권리당원 이외에 일반당원까지 포함해 더불어민주당은 당원이 485만 명, 국민의힘은 407만 명, 정의당은 5만 명이다. 대중정당 역사가 오래된 유럽의 경우 당원은 많아 봐야 100만 명 정도다. 중앙선관위선거연수원 2021년 자료에 따르면, 190년 역사의 영국 보수당이 약 20만 명, 150년 된 독일사민당이 41만 명이다. 단순한 산술만로도 우리나라가 10~20배나 많은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인구 대비로 따져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당원 비율은 20.2%로, 유럽에서 당원 규모가 크다는 스웨덴(3%)을 압도한다. 중국 공산당이 가장 많을 것 같지만 중국 인구 대비 7.1%가 당적을 갖고 있을 뿐이다.

1000만 당원, 이 수치대로라면 국민 뜻을 제대로 받드는 대의정치가 활발히 벌어져야 할 텐데 우리 정치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70% 이상이 자신이 당원인지조차 모르는 유령당원이고, 각종 후보자들에게 ‘매집된 당원’이나 특정 리더를 위해 당을 지배하려는 극성 당원 등 ‘가짜’가 많아서다. 여야 정당들이 대선 경선을 치른 2021년, 당원 수가 160만 명 이상 폭증한 현상도 이와 무관치 않다. 선거 때마다 입당 원서를 모집해 가입 당원을 부풀린 것으로 보인다. 이는 특정인과의 인맥·친분에 따라 표를 의탁한 것일 뿐 개인의 정당 활동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런 점에서 유령당원은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징표다.

이런 구조 아래서는 10만 명에서 20만 명가량의 당원만 확보되면 당권이나 대권 도전도 불가능하지 않다. 특히 온라인 투표 같은 개방형 체제 아래 포퓰리즘에 의존하는 정치 지향이 여기에 크게 기댄다. 지금 갈수록 첨예해진 팬덤 정치에 대한 우려가 큰 것도 다 이 때문이다. 당원은 많지만 기반이 취약한 기성정치는 여론의 왜곡을 부추기고 정치를 양극단으로 몰아갈 뿐이다. 극성 당원이 정당을 좌지우지하는 유령당원 문제는 그래서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 물론 이를 극복할 근본적 대안은 지방분권과 풀뿌리 정당 조직의 활성화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정치개혁 관련법, 정당법 개혁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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